연소득 3800만원 이하 맞벌이에 장려금...기부금은 5% 더 공제

저소득층 근로장려를 위해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 Earned Income Tax Credit) 기준이 맞벌이 가구 3800만원까지 상향된다. 정부는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도 올해에 한해 5%포인트(p) 올린 20%까지 공제해줄 방침이다. 동시에 반도체와 배터리, 백신 등 3대 미래먹거리에 1조원 이상의 세제혜택도 만든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빠른 경제회복과 선도형 경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올해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걷어들이는 세금이 1조5000억원가량 줄어든다. 누적기준으론 약 7조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코로나 대응 등으로 확장재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증세없이 세금만 깎는 셈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한 '세금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 1조원대 세금 깎아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4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는 26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1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국세기본법을 포함한 내국세 13개와 관세 3개 등 총16개 법률이 개정대상이다. 정부는 27일부터 16일 동안 입법예고를 거친 뒤 다음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9월 정기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3대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바이오 등 신성장 원천기술 R&D에 대한 세액공제 등 총 1조1000억원대 세제지원책을 담았다.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될 연소득 기준은 유형별로 200만원 올렸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기존 3600만원에서 3800만원으로 지급 기준이 오른다. 내년부터 전체 30만가구가 추가로 근로장려금을 받을 전망이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는 올해에 한해 20%로 5%포인트 늘린다.


소상공인 등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부담을 덜어준 착한임대인에 대한 세제 지원은 내년 6월말까지 6개월 연장하고 폐업임차인을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밖에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벤처기업 주식매수선택권(옵션) 과세특례·경력단절여성 세제지원 요건 완화 등 일자리 회복 지원 △유턴기업 세제지원·사업재편 과세이연 특례 확대·하이브리드차량 개별소비새 감면 연장 등 내수활성화 △성과공유 중소기업 과세특례 등 상생협력 기반 강화 △전국민 고용보험 인프라 구축 등 서민 취약계층 지원 등 대책도 포함했다.

5년간 1.5조, 전 계층 세금부담 줄어든다…2018년 이후 3년만에 감세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에 따라 향후 5년간 세수 1조505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각 직전년도 대비 증감을 계산해 합친 순액법에 따른 계산이다. 법인세가 1조3064억원, 소득세가 3318억원 감소하고 부가가치세는 73억원 증가할 것으로 봤다. 세법개정안 기준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건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주체별로 보면 대기업의 세부담이 8669억원으로 가장 크게 줄어든다. 반도체와 배터리, 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의 영향이다. 대기업의 세부담 감소는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3086억원 감소한다. 연간 총급여 7200만원(중위소득 150%) 이하 서민과 중산층 세부담은 3295억원 줄어든다.

문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경기둔화와 가팔라진 고령화,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며 재정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올해 2차 추경 기준으로 올해 정부 지출은 604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확정한 2017년 본예산은 400조5000억원이었다. 4년만에 정부 씀씀이가 200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약 300조원 불어났다. 이처럼 국가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거둬들이는 세금을 줄이는 건 내년 3월 대선을 고려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세수감소 요인을 보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가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라며 "조세중립적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1조5000억원 감소는 큰 규모는 아닌, 필요한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