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업계 촉구하는데도 美 '여행제한' 유지한다

미국 정부가 영국·유럽연합(EU)·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해외여행 제한을 유지한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발 입국 제한을 완화하고 미국 여행업계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 규제 완화를 촉구해 왔지만, 델타 바이러스 확산 등을 이유로 당분간은 이 국가들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게 제한된다.

/사진=AFP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현재의 여행 제한을 유지할 것"이라며 "더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가 국내외에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미국 정부가 여행제한을 유지할 것이란 보도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해 1월 중국에서의 여행을 제한한 데 이어 마지막으로 지난 5월 인도까지 다수 국가를 여행제한 국가로 두고 있다.

EU와 영국에서 오는 여행객들 역시 1년 이상 규제에 직면해 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솅겐 지역 29개국), 영국, 아일랜드, 중국, 이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을 여행 '금지 명단'에 두고 있다. 미국인이 아니거나 미국 입국 전 14일간 이 금지 명단에 속하지 않은 국가에 체류하지 않았을 경우 이 지역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게 제한된다.

지난 6월 EU가 공식적으로 회원국들에게 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권고하고, 영국 역시 미국을 10일간의 격리 후 입국 가능한 '엠버 리스트'로 조정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제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EU 정상들은 EU 회원국들이 미국발 입국 규제를 완화한 것처럼 미국 정부도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여행객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어줄 것을 제안해 왔다.

특히 이달 중순 바이든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미 정부의 유럽발 여행제한 완화를 시사해 기대감을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행정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여행자들에 대한 제한을 얼마나 빨리 완화할지에 대해 고려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의 발표로 여름 휴가 기간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항공·여행업계의 기대도 무너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전했다.

미국 여행관련 업체들의 그룹인 미국여행협회는 성명을 내고 바이든 정부에 "단기간 내 결정을 다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과 유사한 백신접종률을 가진 국가들부터 백신을 접종한 이들의 국제 여행 재개를 시작하라"며 미국과 유럽 양측의 높은 백신접종률로 인해 백신을 접종한 방문객들이 안전한 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캐나다에 대해서도 여행규제 완화와 관련,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다음달 9일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 거주자들에게 격리 없이 국경을 연다는 방침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그러나 미 국토안보부는 캐나다, 멕시코와의 국경 폐쇄 조치를 최소한 다음달 21일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