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자 일상 막는 '자유의 나라' 프랑스…백신 의무화 시대로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COVID-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이전에는 봉쇄를 최우선 방역 대책으로 삼았다면 지금은 백신 접종 확대를 코로나19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으로 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관광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신청하고 있다. /사진=AFP

프랑스, '백신 여권' 법안 시행 눈앞델타 변이의 영향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규모가 2만명대까지 치솟은 프랑스에서는 최근 백신 여권 제도를 시행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백신 여권 제도란 식당 등 실내 시설이나 문화·여가 시설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조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돼 면역 반응이 생긴 경우, 48시간 이내에 코로나19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발급된다.(17세 이하 청소년은 9월 말까지 면제)

프랑스는 이미 백신 여권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영화관, 박물관, 놀이공원, 문화센터 등 50인 이상이 모인 문화·여가 시설 출입 시 백신 여권을 제시해야 입장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식당, 카페, 술집뿐만 아니라 장거리를 이동하는 버스, 기차, 비행기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상·하원 타협안에 따르면 쇼핑몰은 이 조치 적용 대상에서 일단 제외되는데, 지역 당국의 판단에 따라 포함될 수도 있다.

법안에 따르면 프랑스 의료 종사자와 레스토랑·술집 직원이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무급 정직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의 이같은 조치는 일상 생활을 지속하려면 사실상 시민 모두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법안은 내달 5일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최종 승인을 거치면 발효된다.

반강제적인 정부의 조치에 일부 프랑스 시민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백신 여권 제도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말 15만건에서 정체 상태였던 프랑스 하루 신규 1차 접종자 수는 최근 30만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 2주간 약 400만건의 접종이 이뤄졌으며 프랑스 보건부는 지난 26일 인구 절반에 가까운 3320만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그린 패스'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사진=AFP

이탈리아·아일랜드·벨기에 등도…다른 유럽 국가들도 프랑스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아일랜드는 지난 26일부터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인증서나 보건당국이 발급한 의료 기록 등을 제출한 이들에 한해서만 술집 등 실내 시설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내달 6일부터 백신 여권인 '그린 패스' 소지를 의무화한다. 호텔, 공공 수영장, 체육관, 콘서트, 박물관, 영화관 등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그린 패스를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아직 중앙 정부 차원의 정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갈라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백신 여권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갈라시아 지역의 경우 호텔과 레스토랑 등 실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증명서 혹은 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서를 소지해야 한다.

벨기에는 내달 13일부터 1500명 이상 참여하는 야외 행사에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영국은 오는 9월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에 한해 나이트클럽 입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사실상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델타 변이 대응을 위한 백신 접종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최근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델타 변이에 대해 효과적인 면역력을 갖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며 각 국가들에게 접종 속도를 높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