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실적 일제히 갈아치운 5대금융, 리딩금융은 KB

5대 금융, 상반기 최대실적 갈아치웠다/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코로나19(COVID-19) 위기, 빅테크 공습에도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건재했다. 상반기에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튼튼한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 그룹 포트폴리오를 은행, 비은행으로 고르게 다진 덕분에 주식시장 호황, 인수합병(M&A) 효과 등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주요 금융그룹은 이에 힘입어 중간·분기배당금을 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의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9조37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5.16%(2조9159억원) 늘었다. 상반기 '리딩금융'은 2조4743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KB금융이었다. 신한금융은 2조44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305억원 차이로 석패했다. 금융그룹이 2조원대 반기 순이익을 낸 건 처음이다. 이로써 KB·신한금융은 연간 순이익 4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하나금융(1조7532억원), 우리금융(1조4197억원), NH농협금융(1조2819억원)도 상반기에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은행, 비은행이 모두 제 역할을 했는데 특히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이 돋보였다. 신한금융투자가 465.5%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껑충 뛰었다. KB증권(190.7%), 하나카드(117.8%)의 성장률도 세 자리 수를 기록했다.

'은행 쏠림' 현상을 개선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노력이 코로나19 시대 빛을 발했다. 과거엔 그룹의 '간판 계열사'격인 은행 한 곳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고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편입하는 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더니 그룹 덩치가 커졌고 실적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45.2%, 47%로 절반에 가까워졌다. 하나금융에서는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37.3%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포인트 늘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비이자이익 성장으로도 연결됐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자이익 성장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비이자이익은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5대 금융은 이자이익, 순이자마진(NIM) 방어에도 성공했다. 상반기 그룹 NIM은 △KB금융 1.82% △신한금융 1.81% △하나금융 1.67% △우리금융 1.61% △농협금융 1.61%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을 늘려 조달 부담을 낮춘 덕분이다. 하반기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어 NIM이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노용훈 신한금융 CFO(재무총괄) 부사장은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NIM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인상될 경우 4분기 은행 NIM은 0.02~0.03%포인트가량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이익은 늘었는데 충당금 등 비용은 줄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5대 금융은 코로나19 첫해인 지난해엔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넉넉히 쌓았는데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조여 상반기엔 규모를 대폭 줄였다. 한 예로 신한금융은 1년 전보다 4630억원 줄어든 359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적립 규모보다 감소시킨 폭이 컸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양호했다. 회수에 문제가 생긴 대출 비율을 가리키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KB금융이 0.39%, 하나금융이 0.36% 등으로 개선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지만 금융그룹 CFO(재무 담당 최고책임자), CRO(리스크 담당 최고책임자)들은 하반기 건전성에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환주 KB금융 CFO 부사장은 "부실 자산에 대한 선제적 대비를 하고 있어 심각한 신용 경색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 상무는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있지만 연체율 개선 흐름 등을 보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봤다.

주요 금융그룹은 이러한 호실적에 힘입어 중간·분기배당에 나선다. 주당 배당금은 KB금융 750원, 하나금융 700원, 우리금융 150원으로 정했다. 신한금융은 다음달 이사회를 열어 분기배당 금액과 시기를 확정한다. 농촌 지원의 특수성을 띤 농협금융은 중간배당을 검토 중이다. 5대 금융의 연간 배당성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6~28%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