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시 공사 중지" 대통령 지시했지만 현장엔 '사각지대' 여전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7.2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폭염시간 대 건설공사 일시중지를 지시했지만 모든 공사현장에 적용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관련 규정이 마련돼있는 공공 공사와 달리, 민간 공사는 권고에 그칠 수 밖에 없어서다. 대형 건설사들은 별도의 폭염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일부 중소현장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중론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경기 구리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을 찾아 폭염기간 중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폭염시간대에 공사를 일시중지 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행보다.

노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낮 무더위 시간에는 실외작업을 일시중지 하고 정상적인 작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공사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어 "시공자가 공사중지에 따른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 하고자 무리한 작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발주자는 공기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해 줄 것"도 당부했다.

노 장관이 언급한 규정은 기회재정부 회계예규에 나와 있는 '공사계약일반조건'과 국토부가 고시한 '민간 표준도급계약서' 등이다. 각각 공공 공사와 민간 공사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구리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을 찾아 폭염기간 중 현장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부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공사감독관이 재해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 표준 도급계약서를 보면 수급인은 폭염 등 불가항력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공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으며 발주자는 공기 연장 및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돼있다.

문제는 공공 공사의 경우, 관련 규정을 근거로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지만 민간 공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은 공기연장에 따른 계약금 증액 등이 필요해 관련 내용을 2019년부터 규정에 반영했다"면서도 "규정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하는 정도이지,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별도의 폭염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GS건설은 폭염경보가 발생하면 야외 작업을 전면 중지하고 기온이 37도 이상일 경우 실내 작업도 멈추도록 했다. 삼성물산 역시 폭염특보 발령 시 야외작업을 지양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토록 권하고 있다.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업체의 소규모 현장들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폭염 시 외부 작업을 중지하는 내부 규정이 마련돼 있고 대부분 현장이 정부 지침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면서도 "작은 회사가 진행하는 공사에서는 지침을 무시하거나 아래까지 하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발주자가 공공이 아닌 민간이다보니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관리·감독하는 것 또한 어렵다.

통상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폭염 시 콘크리트 타설 등 외부 작업을 할 때는 낮 시간을 피해 오전 중 진행한다. 공사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간에 추가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작은 건설업체일수록 추가 작업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규정 상 발주자로부터 비용을 받아 협력업체에 추가 임금을 전달하는 게 맞지만 천재지변 같은 상황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야간작업이 이뤄지면 협력업체가 추가 임금을 요구하는데, 발주자에게 받아 전달하는 게 맞지만 보통은 그냥 건설사에서 부담하는 편"이라며 "작은 업체인 경우에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