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초강수 "백신 안 맞으면 버스 못타고 학교도 못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델타 변이에 따른 재확산에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맞지 않은 사람에게 차별을 두고,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나라로 여행을 가는 국민에겐 향후 3년 동안 해외 여행을 금지시킨다.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인 메카 인근 아라파트 평야에 '자비의 산'으로 알려진 바위 언덕 위에서 이슬람 순례자들이 연례 '메카 대 순례'(하즈) 중 기도하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약 250만 명의 이슬람교도가 모였던 하즈(Hajj) 순례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수천 명에 불과한 규모로 축소됐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 완료자에 한해 최대 6만 명까지 순례를 허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들에 한해서 생활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백신을 맞았다는 증거를 스마트폰 앱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학교를 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일반 상점과 시장,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몰, 콘서트장 모두 이용이 불가하다.


사우디 정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사례가 크게 증가하면서 백신 의무화를 결정했다. 사우디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252건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인구 50%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사우디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사용한다. 다만 백신 수급 부족 현상으로 현재 2번째 백신 접종을 잠시 멈춘 상태다. 모하메드 알 압델라리 사우디 보건부 대변인은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국민이 2번째 백신 접종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지키지 않는 개인과 기업에 벌금도 부과한다.


대학생 이브라힘 알 가반은 "수업에 들어가고 벌금을 피하기 위해 개강 2주 전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사우디 북부에 위치한 타북 지방에 거주하는 가반씨는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무서워서 주저했다"면서도 "어떤 기관에서 일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해서 맞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신 의무화뿐만이 아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레드리스트'에 오른 국가를 여행하는 사람은 향후 3년 동안 해외여행을 금지시키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레드리스트는 사우디 정부가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는 위험 국가로, 아프가니스탄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포함돼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여행 사실이 확인되면 귀국 후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3년간 여행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2회까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비율은 20% 미만인데, 정부는 10월이 되면 전체 인구의 70%가 백신을 모두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WSJ은 "약 3500만명의 인구가 강력히 통제되는 권위주의 국가답게 백신 의무화에 대한 반대 여론은 그다지 없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뉴욕시와 캘리포니아주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레스토랑과 체육시설 등 실내 영업장 이용시 예방 접종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해당 조치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한다며 일부 국민들이 방역 조치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