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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와 진심[송정렬의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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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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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발표가 있다. 바로 제품가격 인상이다.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음료기업들은 더더욱 몸을 사린다. 워낙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가 높고 정부도 물가관리 차원에서 식음료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해서다.

그러나 원자재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등 모든 가격인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이유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어떤 명분도 가격인상에 대한 면죄부가 되진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라면 등 '서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제품의 가격인상은 필히 소비자의 거센 반발과 여론의 융단폭격을 각오해야 한다.

오뚜기가 다음달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가 발끈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분의 2021년 6월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로는 4.5% 올랐지만 2020년 가격은 2012년 대비 18%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재료가격이 내릴 때는 조용히 잇속을 챙기다 오를 때는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주장이다.

오뚜기 입장에선 뼈 때리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열띤 호응을 기대할 만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영 딴판이다. 이 단체의 게시판은 성명서를 발표한 지난 22일부터 오히려 오뚜기의 가격인상을 옹호하는 글로 도배됐다. "오뚜기가 만만해요?" "경쟁 라면업체나 대기업에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등 오히려 이 단체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마치 여느 아이돌그룹의 팬덤문화를 보는 듯하다. '가격인상 발표→소비자의 반발과 여론악화→기업이미지 추락'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공식은 설 자리가 없다. 이래서 갓뚜기인가.

#"오뚜기는 상생협력과 일자리창출 우수기업이어서 이를 격려하고자 특별초청했다."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미팅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한 데 대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같이 설명했다.

대형마트 시식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상속세 1750억원을 5년에 걸쳐 성실히 분납하고, 2008년부터 라면가격을 한 번도 인상하지 않는 등 오뚜기의 남다른 착한 경영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감동했다. 이후 오뚜기는 갓뚜기로 불리며 신의 반열에 올라섰다.

갓뚜기의 등장은 소비자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소비자는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특히 소비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MZ세대(18~34세)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자신의 신념이나 사회적 가치에 맞는 상품을 구매한다. 더 나아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기업평판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착한 기업이나 갓뚜기에 대한 절대적 지지의 배경이다.

갓뚜기처럼 소비자의 응원을 받는 기업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무엇을 하든 욕을 먹는 기업도 있다.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대리점 갑질 사건부터 경쟁사 비방댓글 사건, 심지어 불가리스 불법 마케팅까지 최악의 사건·사고가 잇따랐고 어느덧 남양유업은 나쁜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숨만 쉬어도 욕을 먹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가격인상뿐이랴. 착한 기업이든 나쁜 기업이든 리스크는 언제든 발생하기 마련이다. 관건은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하느냐다. 그래서 기업이 성장하면서 켜켜이 쌓아온 소비자와의, 사회와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요즘 말로 하면 바로 '진심'이다.

오뚜기가 하루아침에 갓뚜기가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느날 오뚜기의 착한 경영에서 진심을 보면서 갓뚜기를 발견한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마음은 변화무쌍하다는 점이다. 진심에서 멀어진 기업에 대한 지지와 응원은 한순간에 비판과 야유로 변할 수 있다. 착한 기업이 나쁜 기업으로 추락할 수도, 나쁜 기업이 착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방심은 금물이다.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

갓뚜기와 진심[송정렬의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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