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백신물량 공개 유감"…발끈하는 방역당국 왜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7.28/뉴스1

"원래 (모더나에서) 이달 25일 75만도스, 31일 121만도스 등 196만도스를 받기로 한 게 연기됐다. 다음주 일부 물량 공급이 확인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이 같이 말했다.

하루 전인 지난 27일 정부는 이달 말 도입 예정이던 모더나 코로나19(COVID-19) 백신 일정이 조정됐다고 발표하며, 구체적인 수량과 도입 시기에 대해 함구했다. 비밀 유지 계약이란 명분 때문이다. 정부는 백신 개발회사와 비밀 유지 계약을 이유로 구체적인 백신 도입 시기와 수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러 전문가와 많은 국민이 알려달라 했지만 언제나 비밀 유지 계약이란 점을 앞세웠다.

그렇다고 백신 도입이 항상 원활했던 것도 아니다. 앞서 이달 셋째주 국내 공급 예정인 모더나 백신 물량이 마지막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50대 예방접종 일정을 다소 연기했다. 추후 또 공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3분기 예방접종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맞물려 백신 수급과 예방접종 일정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에도 정부는 백신 도입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 만에 여당 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구체적 수치와 도입 예정 시기를 언급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즉시 유감을 표했다. 송 대표의 해당 발언이 비밀 유지 계약 위반인지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부분들(모더나 백신 도입 일정과 수량)이 다른 경로로 공개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또 "(모더나가) 차주(다음주) 상당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비밀 유지 협약의 대상으로 판단된다"며 "(송영길 대표 발언에 따라) 페널티(벌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회의실에서 영상회의로 열린 민관협력을 통한 지역혁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제2기 지역사회혁신 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21.7.21/뉴스1

방역당국은 개발사와 비밀 유지 협약을 어길 경우 백신 공급 물량이 조정되거나 공급이 아예 중단되는 벌칙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매수 대금을 그대로 지불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비밀 유지 협약의 범위는 제약사와 협의되지 않은 백신 가격, 세부 공급 일정, 면책 조항 등이다. 이는 모두 비공개 대상이다. 계약 물량, 최초 공급 시기(분기) 정도만 공개가능하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내 도입 예정인 백신의 수량과 종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비밀 유지 계약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이날 "(전해철) 행안부장관의 (올해 5월) 발언 이후 화이자에 당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양해를 구해 공급상 페널티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당시 화이자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 수량은 공급하는 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정부가 제대로 백신 조달도 하지 못하면서 백신 수량을 공개한 이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