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병 가스창고 가두고, 불 붙은 조각 넣어…공군 가혹행위"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사진=뉴스1

공군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상대로 수개월간 집단 폭행과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 공병대대에서 병사 간 집단 폭행, 가혹행위,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사건 피해자 A씨는 지난 4월 신병으로 전입한 순간부터 약 4개월간 선임병 3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지난 4월 선임인 B와 C는 A씨에게 "식단표를 외우라"고 강요하고 외우지 못하면 욕설을 했다.

지난 6월 4일엔 B씨와 또다른 선임 D가 피해자를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로 끌고가 가둔 채 "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폭언을 하며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가 감금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가스가 보관된 창고 안으로 박스 조각에 불을 붙여 집어 던졌고 가까스로 자물쇠를 열고 나온 피해자에게 "다음에 또 잘못하면 가두겠다"고 협박했다.

다음날인 5일엔 선임 E병장이 피해자에게 침대 옆에 누우라고 지시한 뒤 자신의 스마트폰 속 여자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소개해줄까?"라고 거듭 물었고, 이후 다른 병사들에게 "얘가 내 여친을 소개해달라고 한다. 미친 거 아니냐"고 소리친 뒤 피해자를 주먹으로 구타했다. 이어 선임 D가 가세해 피해자 하반신을 구타했다.

이런 행위가 이달 20일까지 지속되자 피해자 A씨는 일과 도중 군사경찰대대로 향해 수사관에게 신고 내용을 제출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병대대는 확인한 가해자들을 생활관만 분리했다. 피해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들과 중대 뿐 아니라 가장 하위 제대인 '반' 소속에 머무르고 있다. 식당과 편의시설 등에서 계속 마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군인권센터는 "공군에서 성추행 피해자가 부실한 초동 수사로 인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해 국민의 분노가 연일 치솟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같은 일이 또 다시 벌어진 데에서 반성도, 쇄신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과 즉각 구속은 물론, 공병대대 대대장을 포함하여 가해 행위 옹호, 묵인에 가담해 온 소속 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엄중히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