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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가 외면한 허광희의 '신들린 경기'…세계 1위에게 10대5에서 10대 15로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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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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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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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의 열화일기] 방송3사 중계 외면한 '질 것 같은' 배트민턴 경기의 기적

허광희./AFPBBNews=뉴스1
허광희./AFPBBNews=뉴스1
방송 3사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질' 경기라고 예단했는지 중계해주지 않았다. 28일 열린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A조 2차전 경기 얘기다. 한국의 허광희(삼성생명·세계 38위)와 세계 랭킹 1위인 일본의 모모타 겐토와의 경기 결과는 29일이 돼서야 한국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경기 전부터 이 경기 결과는 일본 선수의 승리가 손쉽게 예상됐다. 그래서인지 방송 3사는 이 경기 대신 일본과 프랑스의 축구 경기를 내보냈다. 한 중계 캐스터는 일본의 발전된 축구 실력에 찬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반면 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신들린 경기를 선보인 한국 배트민턴 선수에게 던져야 할 '극찬'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 경기를 29일 오후 3시 44분쯤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보니,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세계 1위를 갖고 노는 듯한 예리한 플레이에 '와'하는 감탄사가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웃었고 한편으로는 이 값지고 역사적인 '전설의 경기'를 아무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채 선수는 혼자 응원 없이 외롭게 싸워야 했다는 사실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경기 내용은 탄성의 연속이었다. 1세트 10대 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허광희는 침착한 태도로 시종일관 공을 이리저리 갖고 놀았다. 그런 표현이 정확할 만큼 세계 1위 선수가 넘기는 공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향을 틀며 속도를 조절했다. 무엇보다 스매싱이 예술이었다. 이용대 해설위원이 "저 각도에서 저렇게 스매싱을 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경기력은 '묘기'에 가까웠다. 이런 식의 플레이로 한 점도 상대에게 내주지 않고 단숨에 10점을 몰아넣어 10대 15로 역전했다.

보는 내내 이 경기는 기적이라는 말 이외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가장 감동적인 경기, 그러나 질 게 뻔해 시청률이 안 나올 거라는 예단으로 중계를 하지 않은 방송 3사를 대신해, 허광희의 지인이라고 밝힌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지는 경기는 보여주기도 싫다는 거냐"며 "아무리 시청률에 신경 써도 그렇지, 어떻게 국민을 이렇게 무시할 수가 있느냐. 메달권 종목은 재방송까지 틀어주면서 도배하더니 너무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허광희는 이날 경기에서 지난 2019년 11개 대회에서 정상을 휩쓴 세계 1위에 2세트를 내리 따낸 뒤 16강이 아닌 8강에 직행했다.

방송 3사는 메달권 진입 가능성이 높거나 인기 종목인 경우 오랜 시간을 들여 중계한다. 특히 야구나 축구 같은 종목은 방송 3사가 일제히 트는 바람에, 다른 종목을 보고 싶은 시청자의 다양한 시청권이 제한받는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경기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한 방송사가 개막식에서 국가 소개에 '차별'을 남발하더니, 이제는 경기 시청권까지 '차별'하는 오랜 관습에서 좀처럼 벗어날 줄 모른다. 허광희의 8강전은 다시 방송 3사의 주력 상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메달권 진입 가능성도 높은 데다, 직무유기성 비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중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허광희의 '기적' 같은 경기가 재연되지 않으면 앞으로 무명 선수나 비인기 종목의 경기를 방송에서 마음 놓고 볼 수 있을까.

방송 3사가 외면한 허광희의 '신들린 경기'…세계 1위에게 10대5에서 10대 15로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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