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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복권 당첨됐다" 채팅방 인증샷 줄줄이…거기에 낚인 돈 12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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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경기)=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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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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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윤희동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팀장, '코로나 입원' 중에도 범인 추적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윤희동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팀장(경감·48)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윤희동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팀장(경감·48)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경찰이 밤새 뒤쫓지 않으면 '연중무휴' 범죄자를 잡을 수 없잖아요."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팀장 윤희동 경감(48)은 13년차 '연중무휴' 베테랑 수사관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을 때조차 매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수사에 집중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복권에 당첨시켜주겠다'며 120억원대를 뜯어낸 사기단을 검거할 때도 윤 경감의 열정이 빛을 발했다. 그는 6개월이 넘는 끈질긴 수사 끝에 사기단 간부 18명을 검거하고 13억원을 추징 보전했다.

윤 경감은 "2주 정도 입원했을 때도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수사했다"며 "몸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 자가격리 기간에도 범인을 추적했다"고 했다.



"전자복권 당첨시켜주겠다"는 말에 돈 보낸 피해자들…입금하면 연락 끊었다


피해자(왼쪽)와 '전자복권 당첨 사기 조직'(오른쪽)의 메신저 대화 내용. / 사진 =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피해자(왼쪽)와 '전자복권 당첨 사기 조직'(오른쪽)의 메신저 대화 내용. / 사진 =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피해자를 끌어들인 이 사건에는 어머니 수술비를 투자한 사람부터 대출을 받아 2억원 넘게 투자한 사람까지 피해자 312명이 걸려들었다. 피해자들은 'AI(인공지능)로 복권 당첨번호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돈을 입금했고 수시로 복권에 당첨됐다. 당첨 복권은 사기단이 조작해둔 '가짜 동행복권'이었다.

이 사기단은 동네 선후배 사이인 20대 남성들이다. 이들은 메신저 오픈채팅방에서 '고수익 투자처를 알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끌어들였다. 일명 '투자 리딩' 사기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우리 말만 들으면 복권에 당첨된다"는 말에 속아 돈을 입금했다. 사기단은 피해자들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5만~10만원씩을 송금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렇게 '낚인' 피해자들은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다. '투자자 채팅방'으로 위장됐지만 실제로는 조직원들이 가득한 대화방이다. 조직원 중 1명이 "당첨확률이 높은 복권이 있다"는 인증사진을 올리면 다른 '바람잡이' 조직원들이 "부럽다", "나도 벌었다"며 부추긴다.

조직원들은 "AI 기술로 복권 당첨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고 이들을 속였지만 실상은 당첨 금액부터 과정까지가 모두 사기다. 피해자 중에서는 어머니 수술비와 대출금까지 더해 2억원 넘게 투자한 사람도 있다.

피해자들이 당첨금 지급이나 환불을 요구하면 조직원은 "서버가 다운돼 수천만원의 서버 복구비를 내야 한다" 혹은 "30% 출금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며 되레 추가금을 요구했다.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조직원들은 연락을 끊었다.

베트남 현지에서 피싱 범죄를 저지르던 이들은 코로나19로 외국 체류가 힘들어지자 국내 여러 도시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팀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피해자들에게 갈취한 120억원이 넘는 돈은 고급 외제차 등을 사는데 썼다. 또 검거현장에서는 마약이 발견돼 경찰이 별건 수사에도 나섰다.



자가격리 중에도 수사 매달린 윤 경감…"마지막 범인까지 잡겠다"


'전자복권 당첨 조작 사기단'의 사무실 모습. / 사진 =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전자복권 당첨 조작 사기단'의 사무실 모습. / 사진 =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수사를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일당 22명 중 총책과 간부 18명을 검거한 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사한 윤 경감 덕분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윤 경감은 완치 이후 자가격리 기간 중에도 수사에 매달렸다. 사비를 들여 사이버 수사관의 '수사도구'인 PC 모니터를 동료 수사관들에게 사주기도 했다. 모두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에서 나온 행동이다.

사이버 범죄는 '속도감 있는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체포가 늦어질수록 범죄자들이 재산을 은닉할 시간을 줘 피해 회복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체가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수십개의 통장·휴대전화를 옮겨다니는 범죄자 뒤를 쫓는 게 쉬운일은 아니다.

윤 경감은 "지난 1월에 팀원 5명 중 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병원에서도 사기단 검거를 위해 매일같이 수사했다"며 "밤이고 휴일이고 없이 쓰러질 정도로 수사해야만 1년 365일 '연중무휴'로 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윤 경감과 팀을 이루고 있는 김희강 경사는 "팀장님이 한 달에 1~2일을 빼고는 모두 수사에 매달리니 팀원들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범죄자들이 365일 쉬지 않기 때문에 수사관도 쉬는 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윤 경감은 "피해를 입게 되면 피해자들은 '내가 바보같아 당했다'며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관 입장에서 참 안타깝다"며 "경찰이 포기하면 피해자들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1명이 검거될 때까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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