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토크]휴가철 뭐 읽을까…금융 CEO들은 '이 책'을 권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금융권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금융권 수장들이 여름 휴가철에도 ESG 도서를 꺼내 들었다. 하반기 경영 구상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금융권 CEO(최고경영자)들은 임직원에게 휴가철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면서 ESG 키워드를 빼먹지 않았다. 머리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인문학 도서도 권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추천 도서로 꼽았다. '실용적 환경주의자'로도 알려진 빌 게이츠가 10년의 연구 끝에 기후 재앙 극복의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빌 게이츠는 책에서 선진국이 앞장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넷 제로(net zero·순 배출량 0)'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KB금융이 선언한 탄소중립 전략 'KB넷제로 S.T.A.R'와 맥이 닿는다. KB금융은 205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한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 윤 회장은 '그린 리더십'을 인정받아 NZBA(넷제로은행연합) 최고위원회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세계적인 친환경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스토리를 권했다. 파타고니아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가 선호하는 브랜드다. 진 행장이 꼽은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은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 친환경 신념을 담았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란 비전을 내세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 처음으로 '적도원칙'에 가입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환경파괴 소지가 있을 때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신한은행은 석탄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금융 업무를 맡지 않겠다는 내용의 '탈석탄 금융'에도 동참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휴가철을 맞아 추천한 책(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초가속' 을 선택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변화 흐름을 짚어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한 것이다. 뇌 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등 5명의 분야별 석학들이 코로나19 시대 경제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토의하고 연구해 펴냈다. 결국 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조 회장은 최근 그룹사 CEO와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창조적 파괴'를 언급하며 철저한 변화를 강조했다. "버릴 것은 버리면서 신한문화를 재창조해야 한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펼쳐 보라고 했다.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시대,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시도다. '사기' 전문가 김영수 박사가 쓴 책이다. 사마천의 역사서 '사기'를 통해 인간군상, 리더의 모습 등을 살펴보면 현 시대를 살아갈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휴가 시즌인 만큼 머리를 식히기 좋은 인문학 도서도 독서목록에 올랐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허 행장은 "감성적인 안정감을 주는 책"이라며 "책을 읽는 동안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정찬주 작가가 쓴 '행복한 무소유'를 택했다. 법정스님과 인연을 이어가다 재가제자가 된 작가가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 책이다. 책에서는 나를 비우는 것, 불필요한 소유를 경계하는 것, 나눔의 삶을 이루는 것 등을 무소유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