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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선 약속이나 한 듯 '휘발유 1690원'…배경엔 '궨당'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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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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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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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이나 정유사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증거나 주유소 업자끼리 '담합' 위한 '의사연락' 흔적 등 적발돼야 '담합' 적발 가능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2021.06.1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2021.06.13. dadazon@newsis.com
31일 오늘 제주시 주유소 130여곳 중 80%인 100여곳의 기름값이 같다. 휘발유는 1690원, 경유는 149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에서 렌터카를 빌려 관광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제주 기름값이 비쌀 뿐 아니라 짠듯 동일하다'는 것이다. 제주에선 싼 주유소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대부분 같은 가격에 기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의 최저가 주유소가 전국 평균보다 비싼 가격에 팔 정도로 제주는 유류가격이 비싸다.
31일 현재 오피넷 기준 전국 평균 유가가 휘발유는 1642원, 경유는 1438원인데 반해 제주는 휘발유 1689원 경유 1489원이다.

제주지역 대다수 주유소들의 유류가격이 동일한 점을 두고 '담합' 의혹이 오래전 부터 제기됐다. 주유소끼리 서로 가격을 맞춰 더 낮은 가격에 팔지 못하게 하거나, 도매상이나 정유사가 재판매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제주 도민들도 가격 담합을 의심하곤 해서 제주 지역 언론에서도 주기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제주 주유소 담합 의혹'지적했지만…2년 지나도 개선 없어


제주지역 주유소의 '담합' 의혹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국감에서 김관영 전 의원은 한국석유관리원을 상대로 "주유소 가격은 실시간 변동되는데 제주지역 상당수 주유소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담합 정황'이 의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 기준으로 국감 당시 제주시 소재 주유소 131곳 중 82%인 108곳, 서귀포시 64곳 중 38곳(59%)에서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주시는 전체 131곳 97~103곳이, 서귀포시는 16~33곳이 반복적으로 가격담합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주자치도 전체 기준으로는 74%의 주유소가 같은 가격으로 유류를 판매하고 있어 '가격 담합행위'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석유관리원을 상대로 "석유관리원은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감시·점검을 하거나, 관련 규정이 없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시정조치가 반드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손주석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현재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점검하고 공정위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국감 지적도 있었지만 2년이 지난 제주도의 현재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1.07.28. 현재 제주시 주유소들 중 상당수가 같은 가격인 리터당  1690원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사진=오피넷
2021.07.28. 현재 제주시 주유소들 중 상당수가 같은 가격인 리터당 1690원에 휘발유를 팔고 있다./사진=오피넷

2021.07.28. 현재 제주시 주유소들 중 상당수가 같은 가격인 리터당  1490원에 경유를 팔고 있다./사진=오피넷
2021.07.28. 현재 제주시 주유소들 중 상당수가 같은 가격인 리터당 1490원에 경유를 팔고 있다./사진=오피넷


정책적으로 싸게 팔라고 도매가 싸게 공급하는 '농협 알뜰주유소'조차 '같은' 가격에 기름파는 특이한 제주도


제주도는 특이하게도 정책적으로 유류를 낮은 가격에 공급해 일반 주유소보다 싸게 팔아야하는 '알뜰주유소'조차 일반 주유소와 같은 가격에 팔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 입찰을 통해 정유사에서 시중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는 육지보다 해상운송비가 더 들어서라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정유사들은 육지 공급가보다 리터당 20원 정도를 더 붙여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 유류 판매가격은 육지보다 최소 50원에서 100원 정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제주 근무 경험이 있는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제주 특유의 궨당(권당, 眷黨)'문화를 이유로 꼽기도 했다. 좁은 섬 지역이라 혈연·지연·학연으로 서로 묶어 튀는 행동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런 문화가 유류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제주는 알뜰주유소라도 다른 주유소들과 가격을 같게 하지 않으면 말이 많이 나오고 욕을 먹는다"며 "관광지 특성도 있고해서 주유소 업자들이 서로 경쟁하지 말고 편하게 가자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담합을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주는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도매상이 가격을 리터당 얼마라고 정해주고 가는 경우가 있다"며 "도매상이 과점 체제라 주유소들이 소매가격을 도매상 의도대로 따라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담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아울러 별도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주유소 가격 담함 가끔 적발되기도 하지만…제주는 아직 걸리지 않은 이유는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9일째 네자릿수를 기록한 25일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이 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1.07.25.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9일째 네자릿수를 기록한 25일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이 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1.07.25. woo1223@newsis.com
주유소 담합은 적발이 쉽지 않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광주,전라지역 주유소들이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유류 판매가격을 담합 인상했던 것을 적발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광주전남지회와 전북지회가 회원사들에게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토록 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조치가 취해졌다.

공정위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들의 가격담합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2008년 공정위는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가 지난 2006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원 주유소에 유류 판매가격 하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지시했다"며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주 지역 주유소들이 적발된 적은 아직 없다. 이에 대해 대형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가격 담합으로 확인되려면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도매상을 조사해 적발하거나 사업자끼리 서로 의사연락을 통해 가격을 동일하게 하거나 하한선을 정하자는 걸 합의했다는 사실이 적발돼야 한다"며 "도매상이 재판매가격을 정해주고 있다는 증거나 주유소 사장들이 가격을 담합하거나 자기들끼리 가격담합을 모의하고 실행한 흔적이 남지 않으면 적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몇년 전에도 제주 지역 유류가격 담합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제주는 소매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직접 공급받지 않고 총판 성격의 도매 업체로부터 기름을 받는 구조라 육지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육지보다는 가격이 조금 비쌀 수 있는 상황이고 주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주유소들이 위치해 있어서 하나의 도로 선상에 주유소들이 있는 셈이라 가격이 유사한 면이 있었고 담합 혐의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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