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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디슈’, 열성팬 초심 찾아준 조인성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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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주(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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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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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 집에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이 한 명 있다. 아직 아는 것보다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은 그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짧은 연륜이지만 이미 확고한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해서 본인의 취향과 맞으면 금세 열광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선 결코 타협이 없다.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가 어느 순간 열정이 사그라지면 거들떠보지 않기 일쑤. 굳이 길게 공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시기를 단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명확한 용어가 있다는 것을. 바로 ‘질풍노도의 시기’다.

태풍처럼 폭주하는 시기를 지나 이 소년은 곧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될 것이다. 키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허술했던 세계관은 켜켜이 스며든 경험으로 단단해질 것이고 결국 책임감이란 옷을 입고 자신과 자신에게 속한 타인의 인생을 어깨에 짊어질 것이다. 오랜만에 기대감을 안고 극장을 찾아가게 만든 영화 ‘모가디슈’에서 나는 유독 그런 한 인물에 눈이 갔다. 바로 배우 조인성이다.

조인성은 내 기억 속에 꽤 오래도록 소년의 모습이었다. ‘학교3’과 ‘뉴논스톱’을 거쳐 엄연히 성인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조차. 사랑에 서툴러 주먹을 입에 넣고 울음을 삼키던 그에게는 여전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년의 모습이 남아 있었고, ‘별을 쏘다’, ‘봄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결코 흔한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역할은 맡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팬이 되기로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후 영화 ‘비열한 거리’, ‘쌍화점’, ‘더 킹’,‘안시성’,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그가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를 챙겨보며 그가 차근차근 견실한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그사이 나는 그의 열성 팬에서 방관자로 내 위치를 강등시켰다. 그간 관심 가는 배우들이 너무 많아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소원해진 틈을 타 최근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에서 어느덧 나처럼 중년에 접어든 그를 발견했다.


‘어쩌다 사장’에서 조인성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조각 같은 얼굴로 세상과 동떨어진 도도한 스타, 다가가 말 걸기 힘들 것 같은 그가 시골 슈퍼마켓에 꼭 맞는 퍼즐 조각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사람 냄새 나는 그의 모습은 이 뜨내기 팬의 마음을 되돌렸고, 결국 그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영화를 보게끔 만든 것이다.

‘모가디슈’의 조인성이 보여준 모습은 전과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 폼 나는 주연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김윤석, 허준호 같은 연기 신들 사이에서 운신을 조절해야 했고, 전형적인 것처럼 보이되, 뻔하지 않은 캐릭터가 돼야 했다. 그리고 조인성은 오버하지 않고, 지혜롭게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적당히 때 묻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과 지켜야 할 것을 아는 어른. 조인성이었기에 강대진이란 역할은 지극히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모가디슈’를 통해 조인성은 한 단계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딘 듯하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연기의 폭이 한껏 넓어질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나는 다시 그의 열혈 팬으로 돌아갈 작정이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진행 중인 전쟁. 아이맥스 영화로 본 ‘모가디슈’는 외신으로만 접하는 ‘남의 나라 전쟁’을 지금, 바로 눈앞에 재현한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총성과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은 왜 그토록 어리석은 짓을 인류는 되풀이하고 있는지 방관자인 채로 객석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영화 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살상 무기인 총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섰던 소년들은 무사히 청년이, 어른이 되었을까. 더는 지구상에 총을 드는 소년이 없도록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배우 조인성의 재발견은 반가웠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서게 만든 영화 ‘모가디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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