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선 마지막 퍼즐 '안철수'… 국민의힘 경선 배터리 채울까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8.2/뉴스1

국민의힘의 8월 대선 경선버스가 출발 채비를 마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마지막 한 자리를 채울지 주목된다. 합당 시한을 이번 주로 못 박는 국민의힘의 거센 압박에도 안 대표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쟁점화하며 버티기에 나섰다. 커지는 합당 불확실성에 국민의당 독자 노선 시나리오까지 언급된다. 안 대표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합당 이번 주가 분수령이자 마지노선"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예비후보와 만나 대선 주자들이 모이고 있는 것을 표현한 건전지 모양의 픽토그램(Pictogram) 완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email protected]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환영식이 열린 2일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당에 합당을 거듭 압박했다. 이날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입당하면서 국민의힘 8월 말 대선 경선 버스는 출발 준비를 거의 마쳤다. 안 대표를 위한 한 자리만이 남은 상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 전 총장을 접견한 직후 기자들에게 "오늘 뒤의 백보드 배터리 그림이 다 찼다"며 "사실 더 들어오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배터리를 하나 더 놓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그림이란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회의실 배경에 그려진 충전 중인 상태의 빨간색 배터리를 말한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준비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야권 대선 주자들이 입당할 때마다 배터리가 한 칸씩 채워진다. 윤 전 총장에 이어 이날 장 이사장까지 입당하면서 배터리가 다 채워진 것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더 들어오고 싶은 분'이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안 대표가) 합당을 통해 새로운 당헌·당규와 새로운 틀 안에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썼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가 합당의 분수령이면서 또한 마지노선"이라며 "국민의당에 빠른 합당 결의를 부탁한다. 이것을 거스르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당과의 합당 시한을 이번 주(2~8일)로 못 박은 것을 재확인했다. 8월 말 시작되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과 당 대표의 휴가, 합당 실무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까지가 합당을 결정할 마지막 시기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반발에도 휴가는 예정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휴가를 핑계로 합당 시한을 정하는 갑질을 한다'는 국민의당 비판에 "휴가 안 가면 합당하겠다는 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제발 상식적인 대화를 좀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주에 (합당) 하기 싫었는데 다음 주에 하고 싶어지는 건 무슨 논리냐"고 따졌다. 사실상 국민의당에 합당 의지가 없다는 걸 꼬집은 것이다.
안철수, 드루킹 댓글조작 쟁점화로 반격합당 압박에도 국민의당은 "이 대표 시간표에 맞출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안 대표는 오히려 합당에 쏠린 관심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환기하고 있다. 역으로 이 대표에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1인 릴레이 시위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배후 수사와 대통령의 진실 고백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안 대표는 이날 "야권 전체가 이 운동에 동참해야만 한다"며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한다. 제1야당 대표께서도 직접 이 자리에 오셔서 함께 1인 시위에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중도 외연 확장 원칙을 강조하며 "지지자의 저변을 넓히지 않고 오히려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마이너스 통합이 된다면 그것은 정권교체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어 "단순히 중도 정당 하나를 없애버리는 마이너스 통합으로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며 흡수 합당을 경계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1인 릴레이 시위는 정치권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이 대표가 주도하는 합당 이슈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안 대표 행보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현재는 안철수 대표의 시간도 공간도 아니다. 시간과 공간 둘 다 혹은 둘 중에 하나라도 안 대표에게 다시 기회를 줄 가능성은 당분간 굉장히 작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독자 노선 가능성? 캐스팅 보트 역할 할 수도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8.2/뉴스1

안 대표가 대선 국면을 주도하긴 어렵지만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다. 현재 지지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내년 대선 정국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이 가능하다.

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성인 남녀 1013명을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안 대표는 2.2% 지지율을 기록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조사 개요와 내용은 KSOI,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내년 대선은 여야 양강 구도 가능성이 커졌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작은 지지율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 거듭 합당을 압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양강 구도가 되면 결국은 5% 이내 싸움이다. 만약 안 대표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안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캐스팅 보트로서의 자신의 정치적 파워를 극대화시키는 것 말고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당분간 독자 노선을 걷다가 대선 국면이 절정에 치달으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말하는 시간표에 일정상 맞출 수 없다"고 했고, 양당 대표 만남에도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양당이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면서 합당 무산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다만 '대선 경선 후보는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조항으로 안 대표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당헌을 개정할 순 있지만 4.7 재보궐 선거 당시 안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기에 이마저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소장은 "재보궐 선거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안 대표 본인이 다시 한번 대선 출마를 확실히 알리기 애매할 것"이라며 "정치권의 관심을 다시 안철수에게 돌리도록 반전시킬 어떤 카드도 애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