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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의 승마지원금, 조민의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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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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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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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조국 전 법무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유라씨와 조민씨 사건은 여러 모로 닮았다. 두 사람 다 유력자의 딸로 태어나 특별한 '스펙관리'를 받았다. 일반 수준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혜택을 누렸다. 특혜 논란에는 당당한 태도로 맞섰다.

조민씨를 둘러싼 특혜 논란 중 최근 이목을 끈 것은 장학금 뇌물 혐의다. 지도교수였던 부산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조국 전 법무장관을 보고 '낙제생'이었던 조씨에게 장학금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고 최서원·정유라 모녀에게 승마훈련 지원금을 몰아줬다는 것과 유사한 해석을 받아내려는 게 검찰의 그림으로 보인다.



사비까지 털어 '조민 장학금' 노림수였나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2015년 1학기와 2018년 2학기에 낙제 점수를 받고 유급됐다. 그러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도교수인 노 원장이 주는 장학금 1200만원을 탔다. 노 교수는 본인이 만든 소천장학회 자금으로 장학금을 주다 재원이 바닥나자 사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조씨의 장학금을 알게 된 다른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학교 장학위원회가 우려를 표했음에도 노 원장은 '면학용'이라며 계속 장학금을 지급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이 사건은 '특혜 장학금' 정도에 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원장의 행보와 조 전 장관과의 관계에 주목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가 2015년 3월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하자 노 원장은 조씨의 지도교수로 자신을 배정해달라고 학과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가 첫 학기에서 낙제를 받고 휴학 중이던 2015년 10월에는 조 전 장관과 노 원장이 직접 만났다. 조 전 장관의 모친이 그림 4점을 기증하자 노 원장이 기념식을 열고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조 전 장관이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자 노 원장은 축하메시지와 함께 자신은 양산부산대병원장을 연임하게 됐다고 소식을 알렸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선물'로 답했다. 노 원장에게 청와대 표식이 그려진 전통주 세트를 추석 선물로 보낸 것이다.

검찰은 노 원장에게 부산대본원병원장자리에 도전하고 싶다는 '현안'이 있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에게 줄을 대려 했고, 조 전 장관이 적극 호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 원장은 양산 부산대병원장 임기가 1년 남은 2019년 부산대본원병원장에 도전했다. 여기서 고배를 마시고 같은 해 부산의료원장에 도전해 최종 임명됐다.



특혜에는 '입단속'


조씨-조 전 장관-노 원장 관계는 최서원 모녀-박근혜 전 대통령-삼성의 구도와 유사하다. 최씨는 독일에 비덱스포츠라는 회사를 세우고 삼성에서 총 213억원 규모의 승마훈련 지원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활약할 승마 유망주 6명을 발굴, 지원한다는 식으로 계약서가 꾸며졌으나 실상은 정씨만을 위한 계약이었다.

이에 대한 정씨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정씨가 최씨에게 "(삼성에서) 나만 지원받냐"고 묻자 최씨는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딸을 다그쳤다.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진다"며 입단속을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조씨가 가족 대화방에서 장학금 관련 가족 입단속을 시킨 것과 비슷한 그림이다.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 건 박 전 대통령의 위세 때문이다. 2016년 5월 말 삼성 박상진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순방에 동행했다. 여기서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사장을 헤드테이블에 앉히고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며 악수를 청한다. 며칠 뒤 최씨는 박 전 사장을 만나 "악수 잘 하셨느냐"고 묻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최서원은 뇌물 공범, 조민 장학금은?


검찰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작업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얻기 위해 최서원 모녀에게 접근, 200억원대 지원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해 뇌물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건은 뇌물이 아닌 제3자 뇌물죄가 맞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대법원은 단순 뇌물죄 판단을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공범 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제3자 뇌물죄를 끌어올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 논리는 조씨 장학금 사건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최씨 모녀와 달리 조씨 부녀는 한 가족이다. 조씨 부녀는 경제적 공동체 관계이기 때문에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조 전 장관이 받은 것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금품수수에 덧붙여 뇌물죄 입증에 필요한 것은 직무관련성이다. 판례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에 비례해 뇌물죄가 인정되는 직무 범위도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다. 민정수석도 대통령 못지 않게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하는 보직이다. 이 또한 조씨 측에 불리한 대목이다.

법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재판(1심)에서 민심 파악과 여론수렴, 공직자 복무점검, 사정기관 업무·정책 조정 등이 민정수석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 원장은 부산의료원장 임명 등은 민정수석 업무 범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노 원장 주장보다 민정수석 업무 범위가 넓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장학금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지급…'표적수사' 당해"



조 전 장관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기소가 이뤄졌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조 전 장관과 노 원장은 지도교수 지명부터 장학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어떤 청탁도, 불법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은 "(딸이) 입학 초기 적응을 못하여 방황했기에 지도교수(노 원장)께서 격려 차원에서 계속 준 것으로 안다"며 "지도교수님 또한 장학금 수여 이후 어떠한 청탁도 나에게 한 적이 없고 내가 부산의료원장 선발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뇌물사범' 낙인을 찍으려 기소를 강행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민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도 "(노 원장이) 딸 조씨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마치 조 전 장관과 노 원장의 금전적인 커넥션이나 직무상 대가관계를 전제로 한 거래로 보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며 검찰이 억지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원장은 장학금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부터 지급됐는데, 자신이 조기 정권 교체와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발탁을 내다보고 장학금을 미리 줬다는 말이냐면서 표적 수사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원장 동료교수의 증언은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동료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노 원장이 조씨를 잘 지도할 것 같아 지도교수를 맡아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노 원장을 조씨의 지도교수로 추천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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