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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으로 번 돈 '지주택' 투자했다가…"돈 꼭 받아" 유서가 된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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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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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3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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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 사기에 당한 A씨 부친은 지난해 11월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제공=A씨.
지주택 사기에 당한 A씨 부친은 지난해 11월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제공=A씨.
"집 산다고 미안해. 사랑한다."

A씨(60)는 지난해 11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부동산 사기를 당했지만 문제해결의 뾰족한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셋방에 살았다. 중국 동포인 그는 2013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아 2017년 귀화했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아내와 아들 B씨 부부 4명이서 한 집에 사는 꿈을 꿨다. 이를 위해 2018년 6월 모은 돈의 대부분인 약 5500만원을 지역주택조합(지주택)에 투자했다.

2019년 초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지만 '내 집 마련의 꿈'으로 버텼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 박살났다. 지난해 9월 입주한다던 아파트는 착공조차 안됐다.

설립 후 5년이 지났지만 조합이 보유한 실질 토지는 전체의 2.7%로 전해진다. 조합원 800여명이 약 470억원을 냈지만 토지 매입에 쓰인 돈은 77억원에 불과했다. 지주택 관련 스트레스로 A씨의 암 증세는 급격히 악화했다.

A씨는 서울 가리봉동의 한 육교 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망 직전에는 자신의 투자를 후회하고, 지주택 업무대행사 대표 C씨를 원망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는 유서가 된 문자에서 "돈도 없고 내가 없어도 C씨에게 (돈을) 꼭 받길 바라,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아들 B씨(32)는 2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C씨가 만나주지도 않고 전화도 안받는데 화가 나도 손 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금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에 밤잠을 설친다.


사라진 400억원…수상한 대행비와 금융자문비


A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조합원들은 목표 토지의 토지사용동의율이 70~80%를 넘긴다는 광고를 보고 지주택에 투자했다. 설립 인가가 나려면 80% 이상의 토지사용동의서와 토지 15%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사실상 돈만 모으면 입주할 수 있다는 광고였다.

홍보관에는 동의서가 박스채 쌓였고, 유명 개그맨도 홍보에 나섰다. 조합이 보유한 건물 4채 앞에는 '철거 예정' 현수막이 걸렸다. 조합원들은 홍보대로 2020년 6월 입주를 시작할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사태가 이상함을 깨달은 시점은 지난해 1월. 입주를 5개월 앞두고 C씨는 조합원들에게 돈을 추가로 납부하라며 임시총회를 열었다. 총회서 공개된 조합 예산 집행계산서의 모든 내역이 수상했다.

해당 지주택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홍보관을 짓는데 들어간 돈이 18억원을 넘겼다. 임차료 약 8억원을 포함하면 총 27억원이다. 업무대행비에 47억원이 들어갔지만 조합원 모집 수수료 95억원, 광고홍보 대행 수수료 42억원 등 응당 대행비에 포함됐어야 할 돈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또 금융자문비로 57억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해당 자문업체에 연락하자 "C씨의 개인 채무에 따라 돈을 받았지 조합과는 관계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C씨의 대행사 소속 임원이 사장인 회사에도 9억원이 지불됐다.

비대위 조사 결과 실제 토지사용동의율은 20% 안팎, 확보 토지는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특히 C씨는 국·공유지 20%를 포함한 토지동의율을 광고했는데 구청 측에서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미 죽은 이들이 서명한 토지사용동의서도 있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원들 상당수가 서민, 노인 또는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중국 동포"라며 "이 사업은 처음부터 짜고 친 기획사기"라고 주장했다.


업무대행사 대표 "과지급 예산 없고, 자문비·홍보관 건설비 적당"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참다 못한 비대위 소속 500여명은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C씨에 대한 형사고소에 나섰다. 약 1년 반의 수사 끝에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27일 C씨 등을 사기 혐의로 송치했다.

C씨는 모든 의혹을 부인한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계 관례상 (홍보에)국·공유지 동의율을 포함한다"며 "동의율이 80% 넘었다고 허위광고한 10여명의 직원들을 퇴사시켰고, 이를 보고 온 조합원들 모두 환불해줬다"고 했다.

과지급된 예산도 없다는 입장이다. C씨는 57억원의 자문비는 물론, 홍보관 건설비 18억원도 외상임을 감안하면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C씨 회사 임원이 사장인 회사에 9억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 지불 뒤 업무상 편의를 위해 임원으로 들어와 문제가 없다고 했다.

C씨는 "400억원을 모두 토지 매입에 써도 전체의 7~8% 밖에 못산다"며 "오히려 300억원 정도 조합원들이 미납해 처리할 돈이 없다"고 강조했다. 약 1만6000평의 구로구 토지매입비에만 4000억원 이상이 든다는 의미다.

이어 "돌아가신 고인은 췌장암 말기"라면서 "사정을 알고 환불을 시도했으나 조합 이사회에서 불승인했다"고 A씨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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