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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제 MBC 사장이 논란을 일으킨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출처=MBC 뉴스캡처 |
도쿄올림픽이 개막한 지 어느덧 12일째에 접어들었다. 남녀 양궁에서만 4개의 금메달이 쏟아진 것을 비롯해 수영의 황선우와 높이뛰기의 우상혁은 각각 아시아 신기록,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중계하는 각 방송사의 행태는 태극전사들의 피, 땀, 눈물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잦은 자막 실수를 비롯해 겹치기 중계로 특정 종목만 볼 수 있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딜 틀어도 같은 종목…‘겹치기 중계’
도쿄올림픽은 지상파 3사에서 중계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지난달 중순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다한 중복편성으로 인해 시청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중계방송을 채널별·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개폐막식과 한국대표팀이 출전하는 결승전 등 국민 관심이 높은 경기"라는 예외 조항이 붙긴 했지만, 다양한 종목을 볼 수 있도록 각 방송사가 나눠서 중계를 맡으라는 의미다.
하지만 권고는 권고에 그쳤다. 대다수 경기가 중복 편성됐다. 인기종목과 몇몇 메달권 종목으로 쏠렸다. 야구나 축구의 경우 메달이 걸린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3사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이를 송출했다. 그러다 보니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비인기 종목에 출전한 선수의 모습은 예선부터 지켜볼 수가 없었다. 23년 만에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을 경신한 우상혁 선수를 비롯해 한국 여자 체조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의 모습 역시 예선 때는 외면당했다.
비싼 중계권을 사오고 시청률을 끌어올려 광고를 판매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인기 종목과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기준 역시 애매하기 때문에 매번 그로 인한 불편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또한 4년(도쿄올림픽은 5년)의 기다림 끝에 올림픽 무대에 선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하면 끝까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는 매 올림픽 때마다 반복되는 중계 행태다. 각 방송사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가 매번 공염불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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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닷없는 젠더논란에 휩싸인 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에 대해 응원 움직임이 뜨겁게 일고 있다. 사진출처=SNS |
#반복되는 실수…MBC는 왜 그럴까?
MBC는 도쿄올림픽 내내 부적절한 자막과 표현으로 도마에 오르며 ‘내부의 적’으로 분류됐다. 지난달 31일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는 도쿄올림픽 여자배구팀이 주역인 김연경과 나눈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 이 영상에서 김연경은 "(한일전 승리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는 질문에 "감사합니다. 더 뿌듯하네요"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해당 장면에 나온 자막은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였다. 같은 날 축구와 야구가 각각 멕시코와 미국에 패한 것을 염두에 둔 자막이다. 이는 마치 김연경이 패배한 축구, 야구 대표팀을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결국 MBC는 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 후 사과했다.
MBC의 실수는 지난달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엘살바도르 소개 사진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삽입했다. 아이티 선수단을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붙여 물의를 빚었다. 25일에는 한국과 루마니아의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 선수의 자책골이 나오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조롱 섞인 자막을 화면 우측 상단에 게재했다.
이에 외신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가디언은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꼬집었고, 로이터통신도 "희망과 전통, 다양성을 주제로 삼은 올림픽 개회식의 취지가 무색하게 MBC가 공격적인 사진과 설명을 실었다가 온라인상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최국인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각 국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생중계였고, 올림픽과 관계가 없는 정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성제 MBC 사장은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과 당일에는 재일교포 3세인 유도 대표팀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따자 중계진은 "우리가 원하던 메달 색깔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했고, 27일에는 태권도 국가대표 인교돈 선수의 이름을 ‘인교톤’으로 표기했다. 29일 한국과 이스라엘의 야구 중계에서는 6회초에 한국이 패했다며 ‘경기 종료’ 자막을 내보냈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한국이 역전승을 거뒀기에 더욱 무례하고 어이없는 실수였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이렇게 반복된 잘못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올해 초 조직개편 과정에서 인력이 줄어들었으나, 올림픽을 앞두고 정상화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가장 기초적인 자막 실수를 잡아내지 못할 만큼 내부 기강이 흐트러져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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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방송캡처 |
#올림픽 정신 망각한…한국의 젠더 논쟁
3관왕에 오르며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중 한 명인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둘러싼 젠더 갈등은 한국의 이미지에 큰 생채기를 냈다. 안산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불거진 ‘숏컷 페미’ 논란은 ‘나라 망신’이라는 반응까지 낳았다.
국내 언론을 넘어 외신들까지 이를 꼬집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번째 금메달을 딴 안산 선수가 헤어스타일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라고 보도했고,영국 BBC는 "한국의 안산 선수가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를 당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로라 비커 BBC 서울 주재 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성평등 문제와 씨름하는 한국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며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더러운 의미가 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런 외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부 네티즌은 안산 선수의 과거 SNS 글까지 언급했다. 그가 "오조오억", "웅앵웅" 등 남성 비하적인 인터넷 신조어를 사용했다며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라고 공격했다. 안산 선수가 남성혐오를 지지한다며 소위 ‘좌표찍기’를 해 그를 압박한 것이다.
도쿄올림픽 내내 한국은 우수한 성적과 올림픽 정신을 실천한 선수들과는 별개로 불명예의 대상이 됐다. 안산 선수를 둘러싼 젠더 논란 외에도 MBC의 자막 실수와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 등이 외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하고 이를 경쟁적으로 ‘경마식 보도’하는 데 몰두하는 사이, 정작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와 평등, 자유와 존중 등의 주요한 가치는 간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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