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선다'는 아니라지만…탄소중립 없는 미래까지 제시한 시나리오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3가지 대안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마련한 최초의 시나리오다. 시나리오는 2050년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을 담고 있다.


핵심쟁점이었던 석탄발전의 폐지 여부에 대해선 전면 폐지와 최소한의 유지 등 복수안을 채택했다. 탄중위 입장에선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만, 복수안을 채택함으로써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Net-zero) 의지가 다소 불분명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50년 탄소중립 대안은 3개…정부의 최종 선택은?
5일 탄중위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는 3개의 대안이 담겼다. 1안과 2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2540만톤, 1870만톤으로 줄이는 것으로 설계했다.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배출된 2018년 순배출량은 7억2760만톤이다. 3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별로 편차가 가장 심한 것은 화석연료 등 에너지 전환 부분이다. 석탄발전 폐지 여부가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이유다. 1안은 2050년까지 수명을 다하지 않은 석탄발전소 7기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이 경우 전환 부분의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4620만톤이다.

2안은 석탄발전을 중단하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긴급한 수요에 대응한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2안의 2050년 전환 부분 온실가스 순배출량 전망치는 3120만톤이다. 1안과 2안 모두 전환 부분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전체 순배출량보다 많다. 반면 3안은 석탄발전과 LNG 발전의 전면 중단을 가정했다.


윤순진 탄중위 공동위원장은 "1안에는 석탄발전이 포함돼 있는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 중인 사업을 사업주의 자발적 의사 없이 중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석탄발전의 조기 폐지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적 근거와 보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안과 2안은 국책연구기관 중심의 기술작업반이 탄중위에 제출한 대안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술작업반의 시나리오에는 2개의 대안이 담겼는데,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580만톤, 1800만톤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완전한 넷제로를 의미하는 3안이 탄중위 논의 과정에서 추가된 것이다.

3안은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전기·수소차 보급률을 97%까지 확대하고, 수열에너지와 지역난방 등을 활용해 도시가스 등을 추가 감축하는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수단이나 석탄발전의 중지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1.8.5/뉴스1

넷제로는 3안 하나뿐…탄소중립 실패 시나리오라는 지적까지
윤 위원장은 "시나리오는 부문별 세부정책 방향과 전환 속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정책적인 부문은 시나리오를 토대로 해서 부문별 세부정책을 각 부처에서 마련할 예정으로, 앞으로 수립될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안을 제외하고 1·2안은 완벽한 탄소중립과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어불성설"이라며 "수치상 탄소중립 달성에 성공한 3안의 경우에도 언제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소·수송수단들이 퇴출되는지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탄중위는 이날 제시한 3개의 대안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에서 가정과 전제에 따라 복수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처럼 앞으로 달라지는 미래사회의 모습만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시나리오와 연계하기로 했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역시 이날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으로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2030년 온실가스 목표는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이다. 여기에서 추가 감축 계획을 제출한다는 계획인데, 현재 국회에서 NDC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탄중위의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NDC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탄중위가 먼저 주도적으로 논의를 하는 점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현재 관계부처가 감축목표 상향을 위한 초안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탄중위는 이해관계자와 일반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정부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