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KB도 바꾼다…뱅킹 시스템 대전환 시대

/사진=머니투데이

KB국민은행이 주전산기로 사용하던 '메인프레임' 대신 오픈소스, 클라우드 방식의 '리눅스'로 전환을 시도한다. 가장 늦게까지 버티던 국민은행의 변심으로 뱅킹 시스템은 새 시대를 맞았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은행'을 넘어 개방적이고 유연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일에 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은행업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금까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주요 인프라에 메인프레임을 고수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리눅스 등으로 전환하면서 주요 인프라인 코어뱅킹에서도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기로 가닥을 잡았다. 코어뱅킹은 수신, 여신 등 핵심적인 은행 거래를 다루는 시스템을 뜻한다. 흔히 은행원들 사이에서 계정계라고 불린다.

메인프레임은 IBM의 대형 컴퓨터시스템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사용했다. 대용량을 다루기에 안정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이어서 보안성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리눅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돼있어 새로운 서비스를 입히거나 기존 서비스를 업데이트·보완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호환성, 확장성, 범용성이 좋은 것이다. 대형 IT 기업, 빅테크 등에서 주로 써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이다. 메인프레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기도 한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 처음으로 코어뱅킹에 리눅스를 도입한 결과 시스템 도입, 운영에 드는 비용을 1000억원가량 줄였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메인프레임에서 일찍이 손을 뗀 신한은행은 현재 '유닉스'를 쓰는데 역시 '리눅스'로 전환 중이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민은행은 전산을 뜯어고치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곡절을 겪었다. 뱅킹 시스템을 바꾸려면 수년의 기간 동안 수천억원의 비용이 든다. 은행 전산엔 수천만명 고객의 돈 거래 정보가 담긴 터라 쉽지 않은 작업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고객 수가 3221만명으로 은행 중 가장 많다. 과거 한 은행이 전산 시스템을 바꾸다가 대규모 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고객 수가 많은 만큼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2016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2-Speed(투 스피드·두 가지 속도)' 전략을 펴왔다. 주 전산의 영역인 코어뱅킹은 천천히 바꾸고 마케팅 허브, 글로벌 플랫폼 등에서는 먼저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KB금융그룹의 다른 계열사 KB국민카드, KB캐피탈에 먼저 리눅스를 적용하면서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은행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전산 전환은 윤진수 테크그룹 부행장, 박기은 테크기술본부장(전무)가 주도하고 있다. 윤 부행장은 삼성전자·삼성SDS·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을 거친 빅데이터 전문가다. 네이버 출신인 박 전무는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지낸 뒤 국민은행에 영입됐다.

윤 부행장은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빅테크가 금융권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면서 "변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으니 금융의 특수성을 촘촘히 살피면서 비용, 인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디테일한 부분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최근 머니투데이 기고를 통해 "기존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변화를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폐쇄성, 안정성 등을 이유로 전통적인 뱅킹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며 "진정한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려면 뱅킹 시스템의 현대화,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