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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보물' 자격 얻은 '옛 태극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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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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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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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옛 태극기 3점 보물 지정예고…김구 친필 쓰인 태극기 등 항일독립 역사 고스란히 담아

김구 서명문 태극기. /사진=문화재청
김구 서명문 태극기. /사진=문화재청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적인 사물인 태극기가 '보물'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문화재청이 △데니 태극기(국가등록문화재 제382호) △김구 서명문 태극기(제388호) △서울 진관사 태극기(제458호) 등 3건의 국가등록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하면서다. 구한말·일제강점기 항일독립에 쓰였던 옛 태극기들로, 태극기가 보물의 자격을 얻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물은 유형문화재 중 특히 중요한 것으로, 통상 제작·형성시기가 100년 이상 지난 문화재들이 지정된다. 근대문화유산 중 보존·활용가치가 커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유물 중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문화유산포털에 현재 등록된 2263개의 보물 중 구한말·일제강점기 유물은 '대한제국 고종황제 어새'와 '안중근 의사 유묵', '윤봉길 의사 유품' 등 36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옛태극기가 가진 역사적·학술적 의미가 남다르단 평가다. 한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태극기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


미국에서 건너온 '데니 태극기'


데니 태극기의 앞면. /사진=문화재청
데니 태극기의 앞면. /사진=문화재청
학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국기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시기는 1882년이다. △미국과의 수교 과정에서 국기 교환을 위해 만들었거나 △박영효가 임오군란 수습을 위해 일본으로 가는 배 안에서 제작한 것이 최초의 태극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89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데니 태극기는 현존하는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것이란 평가다. 초창기 국기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셈이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활동한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1838~1900)가 소장했던 태극기다. 1891년 본국으로 가져간 것을 1981년 후손이 우리나라에 기증해 다시 돌아왔다. 데니는 당시 국제관례에 익숙하지 않은 조선이 외국과 불리한 통상조약을 맺지 않도록 조력한 외교관으로, 1888년 서구 국제법을 토대로 조선이 독립국임을 밝혔다가 중국(당시 청나라)의 미움을 사 조선을 떠났다.

데니 태극기는 가장 오래된 옛 태극기란 특징 외에도 독립국임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외교적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면서 이를 지지한 미국 외교관 가문이 100여년 간 간직하다 기증한 상호 호혜의 상징이란 점에서 가치가 크다. 가로 262㎝, 세로 182.5㎝로 옛 태극기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도 유명하다.


태극기에 쓰인 김구의 독립의지


김구 서명문 태극기의 태극 부분(왼쪽)과 김구 선생이 쓴 글귀. /사진=문화재청
김구 서명문 태극기의 태극 부분(왼쪽)과 김구 선생이 쓴 글귀. /사진=문화재청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가 독립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벨기에 출신 매우사(본명 샤를 메우스) 신부에게 준 것이다. 김구는 선교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려던 매우사 신부에게 태극기를 건네며 미국에서 우리 동포를 만나면 자신이 쓴 글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 후손들이 보관하다가 1985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해당 태극기는 제작시기와 전래 경위가 정확한 데다, 1942년 임시정부가 태극기 제작규정을 통일하기 직전에 만들어져 태극기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단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김구 선생의 친필 143자가 쓰여있어 역사적 가치도 크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우사 신부에게 부탁하오. 당신은 우리의 강복 운동을 성심으로 돕는 터이니 이번 행차의 어느 곳에서나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이 의구(義句·올바른 글)의 말을 전하여 주시오. 지국(止國·망국)의 설움을 면하려거든, 자유와 행복을 누리려거든, 정력.인력.물력을 광복군에게 바쳐 강노말세(强弩末勢·힘을 가진 세상의 나쁜 무리)인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 1941년 3월 16일 충칭에서 김구 드림"


절에서 발견된 항일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 불에 타거나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서울 진관사 태극기. 불에 타거나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2009년 서울시 은평구 진관사 부속건물인 칠성각을 해체·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1919년 3.1 만세운동 시기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1919년 발행됐던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신대한', '조선독립신문' 등 독립신문류 19점이 함께 발견됐기 때문이다. 태극기 자체도 불에 타 손상되고 구멍이 난 흔적이 있어 만세운동 당시 현장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학계가 이 태극기를 숨긴 것으로 추정하는 인물은 진관사 승려였던 백초월이다. 백초월은 자금을 모아 임시정부와 만주지역 독립군 부대를 돕는 등 불교계 독립운동을 총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진관사 태극기와 백초월의 행적을 미루어 볼 때, 불교 사찰이 독립운동 배후 거점지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진관사 태극기를 처음 발굴했을 당시 모습. 태극기에 독립신문류 19점이 들어 있다. /사진=문화재청
2009년 진관사 태극기를 처음 발굴했을 당시 모습. 태극기에 독립신문류 19점이 들어 있다. /사진=문화재청
태극기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려 항일운동 상징성이 큰 데다, 태극과 4괘를 우주 만물의 기본 요소를 의미하는 기존 견해와 달리 '자유와 평등'의 근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측은 "이번 태극기 보물 지정 예고를 계기로 국가등록문화재의 가치를 적극 재평가해 국가지정문화재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항일독립유산 등 다양한 근현대 문화유산을 발굴해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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