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올랐는데 월급날 통장 입금액은 제자리, 이유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연봉은 올랐는데 계좌에 들어온 월급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10년 동안 임금 인상 속도보다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부담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체감하는 임금이 그리 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0~2020년 300인 이상 기업의 월 평균임금을 고용노동부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직장인 임금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산재보험 제외)가 50% 넘게 늘었다.


2010년 당시에는 300인 이상 기업의 월 평균임금 449만원에서 근로자는 사회보험료 67만원과 근로소득세 25만원을 제외하고 357만원을 수령했다. 10년이 지난 2020년에는 기업이 월 평균임금 575만원을 지급하면 근로자는 사회보험료 98만원과 근로소득세 42만원을 제외한 435만원을 수령했다.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가 2010년 92만원에서 2020년 140만원으로 52.1%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과 근로자가 받는 실수령액의 차이도 92만원에서 140만원으로 확대됐다. 10년 동안 월 평균임금이 126만원 올랐지만 근로자가 수령하는 월급은 78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 살펴보면 근로자 실수령액이 2010년 357만원에서 2020년 435만원으로 연평균 2.0% 증가하는 동안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5.3% 올랐고 국민연금과 건강·고용보험료는 각각 2.4%, 5.0%, 7.2% 늘었다.

특히 건강보험료 요율이 2010년 5.3%에서 2020년 6.7%로, 장기요양보험료 요율이 같은 기간 13.1%에서 20.5%로 오르면서 공제 부담이 크게 늘었다. 고용보험료 요율도 2011년, 2013년, 2020년 각각 0.2%씩 인상됐다.


한경연은 물가와 연동되지 않는 근로소득세 구조도 근로자의 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근 10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물가상승율이 2010년 소비자물가지수 '81'에서 2020년 '105'로 연평균 1.5% 증가했고 근로소득세는 2010년 25만원에서 2020년 42만원으로 연평균 5.3% 증가했다. 근로자로선 물가 인상과 근로소득세 인상의 이중 부담을 감당한 셈이다.

한경연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인 소득세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득세물가연동제는 근로소득세 과표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은 연평균 2.5% 인상돼 물가상승율 1.5%보다 약 1.7배 높았지만 공제하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 부담이 더 크게 늘다보니 근로자의 체감소득이 별로 늘지 않았다"며 "물가연동세제 등으로 근로자의 실소득을 늘려야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내수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