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001% 불순물도 안돼" 반도체용 초순수 국산화 첫발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공업용수 사용량 절감을 통한 환경보호 노력을 인정받아 반도체 업계 최초로 '물 사용량 저감'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는 22일 영국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 조직단위 '물 발자국' 인증을 수여받았다고 밝혔다. 카본 트러스트는 영국 정부가 2001년 기후 변화 및 탄소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설립한 친환경 인증 기관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그린센터내 공정용수 재이용 시설로 초순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중 일정 수질 이상은 회수해 재이용하는 설비. (삼성전자 제공) 2020.9.22/뉴스1

반도체 공정 사이사이 웨이퍼 세척에 필수적인 '초순수(Ultra Pure Water)' 생산기술 국산화를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가 출범한다.

환경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사단법인 한국물포럼과 함께 26일 경기 과천 소재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에서 반도체 초순수 국산화를 위한 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영기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 곽결호 한국물포럼 총재, 정경윤 한국수자원공사 기획이사, 김경호 한국환경산업 기술원 본부장을 비롯해 정부, 공공기관, 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초순수란 일반적인 물 속의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용존 가스 등을 제거한 고도로 정제된 물을 말한다. 물속에 포함된 불순물(전해질·미생물·생균·미립자 등)과 이온 등을 제거해 물 분자만 존재하는, 이론적인 순수에 가장 근접한 물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수많은 공정 전후에 진행되는 세정 작업에 사용된다. 웨이퍼 식각후 세척, 연마, 절단 등의 공정에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초순수는 총유기탄소량(TOC)의 농도가 1ppb(10억분의1, 0.0000001%) 이하다. 생산뿐 아니라 저장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물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도의 첨단 저장·운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정화해 산업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어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초순수 생산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현재 초순수 관련 글로벌 특허의 절반 이상을 일본이 보유하고 있다. 초순수 생산시설 설계의 경우 일본기업인 쿠리타, 노무라가 국내 시장 100%를 점유하고 있다. 시공·운영도 다국적 기업인 베올리아, 쿠리타 등이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초순수 기술 국산화의 필요성에 눈을 뜬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분야 수출규제 덕분이다. 반도체 공정의 필수적인 초순수 분야에서도 일본의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초순수 상용화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유기물 자외선 산화장치, 용존산소 제거 탈기막 등 핵심기자제 개발에 56억원, 실증플랜트 구축 337억원, 인증평가 및 검증체계 마련 25억원, 반도체 폐수이용률 향상 46억원 등 총 48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설계, 시공, 운영 등 모두 포함하는 초순수 시장은 2018년 기준 국내 시장은 약 1조 원, 세계시장은 19조3000억원 규모다. 2024년에는 각각 1조4000억원, 23조1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화 기술개발과 실증화가 완료되면 국내시장은 물론, 관련 물산업의 해외시장 진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초순수 협의체 첫 회의에서는 환경산업기술원, 기술수요처, 수공의 산업계 기술개발지원, 실증설비(플랜트) 구축 방안, 국산화 및 활성화 방안 소개와 산·학·연·관 등 관계자들의 심층토론을 진행한다. 특히 최근 실증설비(플랜트) 부지 제공이 결정된 A사는 기술 수요처로서 실증설비 구축을 위해 부지 및 건축물 제공사항과 기술 국산화 이후 실제 플랜트에 적용할 계획을 비롯해 정부 및 관계기관에 대한 협조 요청사항을 이번 회의에서 전달할 예정이다.

송용권 환경부 물산업협력과장은 "반도체 초순수 기술개발을 통해 해외 기술·제품에 대한 의존을 벗어남과 동시에 관련 물산업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반도체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 및 상용화의 성공을 위해 연구개발 수행기관, 관련 산업계 등과 지속적으로 긴밀한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