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 달에 갈 때 쓴 액화수소..."저희가 팔아드릴게요"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사진=하이리움산업 제공

액화수소는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갈 때 사용한 연료다. 하이리움산업은 1996년부터 액화수소 관련 기술 개발을 해왔다. 이를 통해 액화수소를 만들고 수송, 저장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수소를 영하 253도 이하로 냉각해 액화하는 극저온 기술이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이동식 수소스테이션을 개발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또 액화수소 기반 연료전지 파워 팩 개발에 성공해 기존 리튬배터리 대비 무려 10배 이상의 수명연장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 무인항공기 체공시간도 대폭 늘렸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확보해도 국내에서 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는 "수소기술은 미래 에너지 기술로서, 전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첨단기술 분야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히 한국에선 액화수소가 생소한 분야여서 공급처가 제한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하이리움산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의 구매연계형 정책 가운데 조달혁신 사업이다.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구매연계형 사업 중 조달혁신 분야를 통해 진행 중인 저온형 액화수소펌프 개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하이리움산업 제공

구매연계형 기술개발 사업은 수요처의 구매수요가 있는 구매연계 R&D(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것으로, 기술 개발 후 관련 제품을 공급할 곳을 미리 확보해주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해준다.


구매연계형 사업 중에도 조달혁신 부문은 수요처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인 경우다. 정부가 개발비에서 80%, 주관기관이 10%~20%,수요처가 10% 정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하이리움산업은 구매연계형 조달혁신 과제로 총 5억7500만원을 지원받아 내년 10월까지 2년에 걸쳐 극저온형 액화수소펌프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이리움산업의 이번 조달혁신 과제의 수요처로는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연결됐다.

김 대표는 "액화수소 분야는 경제성이나 타당성 평가가 어려워 일반 기업에서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연구 분야"라며 "자칫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인데, 구매처가 확보돼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정부 주도의 과제는 단순히 기술개발로만 끝났던 사례가 많아 늘 아쉬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의 구매연계형 사업은 신기술을 개발한 뒤 기술 자체를 적용할 수요처를 확보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그 어떤 정책보다 실효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구매연계형 사업으로 영하 235도 상황에서 원활하게 가동할 수 있는 액화수소 운송용 펌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며 "시제품이 2년 안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때 핵심 부품이 액화수소 펌프인데 국산화가 완료되면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수소기반 경제, 액화수소 기반 수소경제 사회 실현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