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야간 출동수당 똑같이 '3천원'…"취객 만나면 세탁비도 안나와"

/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 지구대·파출소 근무자에 주·야간 근무를 따지지 않고 출동 건수원을 지급한다는 증액안이 마련됐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의 안이 과거에도 번번이 통과되지 못한 데다 수당 금액이 워낙 적은 탓에 "차라리 안 받겠다"는 회의론이 퍼지는 상황이다.
출동수당 주간근무자 지급…경찰의 오랜숙원

/사진=뉴스1

지난 5월 경찰청은 '112출동 수당'을 확대하는 방안을 짜서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112출동 수당은 일선 지구대·파출소·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야간 근무'를 서며 민원 해결을 위해 출동할 때 지급되는 수당이다. 지급 금액은 출동 건수당 3000원이며 상한액은 3만원(출동 10건)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상한액과 수당 금액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일부 지구대·파출소는 하루 출동 건수가 100건을 넘어가는 만큼 업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었다. 수도권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순경은 "출동 외 민원 업무가 있는데 야간 근무자에게만 수당을 지급하니 업무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이 출동 수당을 주간 근무자에게도 지급하는 증액안을 마련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이 제출한 증액안은 인사혁신처를 거쳐 기획재정부의 최종 검토를 받아야 한다. 경찰은 수당 조정안을 5월말 인사처에 제출했다. 인사처의 검토가 한창 이뤄지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선 벌써 "이번에도 안 되지 않겠나"라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과거 경찰이 제출한 출동수당 증액안이 번번이 인사처와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은 2018년 112 출동수당 지급 시간을 기존 밤 10시~오전 6시에서 밤 8시~오전 6시로 2시간 확대하는 방안을 제출지만 기재부가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경찰에 4년 간 재직한 한 순경은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찰도 "위험한 일이 밤낮 가리며 일어나나"라며 "돈을 보고 경찰이란 직업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야간 근무자에게만 지급하는 현행 출동수당 제도를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출동 수당 3000원? 차라리 안받으렵니다"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 오후 경찰들이 줄을 서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뉴스1

수당 3000원이 '터무니없게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경찰 내부망에 "출동 수당으로 세탁값도 마련 못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최근 한 경찰관은 "야간 근무 중 출동했다가 취객을 만나 옷이 더럽혀졌다"고 전했다. 세탁 값이 8000원 나왔는데 출동 수당은 3000원에 불과해 세탁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는 사연이다. 경찰 관계자는 "3000원은 너무 적지 않나. 차라리 안 받겠다"라고 말했다.

소방관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방관의 경우 '화재진화·인명구조 수당'을 주·야간 근무에 관계 없이 3000원씩 받아 왔다. 한 경찰관은 "소방관은 주·야간 근무 구분 없이 모두 출동 수당을 받는데 왜 경찰은 주간 근무자에게 수당을 안 주느냐"며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한편, 경찰은 범죄수사 수당도 증액 추진중이다. 범죄수사 수당은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일선 수사관이 한달에 한번 지급받는 수당이다. 기존엔 한달에 4만원씩 지급했지만, 경찰은 이를 한달 7만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112출동 수당과 마찬가지로 인사혁신처와 기재부 결재를 받아야 한다. 경찰들은 이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수사관은 "수당이 조금 오른다고 살만해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그냥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