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대출 담당자 '00' 뽑자... 2030 은행원 "옮길 때가 왔다" 들썩

카카오뱅크 임직원 수 추이/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카카오뱅크가 담보대출 담당자를 대규모로 뽑으면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은행원들이 들썩인다. 카카오뱅크로 이직하기 위한 문의가 쇄도한다. 면접을 준비하는 오픈채팅방까지 생겼다. 기존 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세가 옮겨가는 은행업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담보대출 운영 담당자와 담보대출 운영지원 담당자를 각각 두 자리 수 규모로 채용한다. 카카오뱅크는 채용 공고를 띄우면서 '대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12일까지 받은 서류를 토대로 1·2차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카카오뱅크가 정식으로 출범한 이후 개발자가 아닌 직군에서 대규모 채용 문을 연 건 처음이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앞두고 인재 모집에 나섰다. '100% 모바일 구현'을 자신하면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채용에서 최종합격한 경력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의 서류 접수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맡는다. 담보대출 운영 담당자는 기존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취급한 경력이 4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운영지원 담당자는 금융권 경력이 1년 이상이면 된다.

채용 규모는 크고 경력 조건은 단순한 만큼 현재까지 지원자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채용관련 질의는 3배가량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현직자에게 업무 형태, 내부 문화 등을 묻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이미 지원한 은행원들은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면접을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은행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 카카오뱅크의 복지 등 때문에 기존 은행원의 이탈이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카카오뱅크는 만 3년 이상 근속자에 안식휴가와 안식휴가비를 주는 등 복리후생이 남다르다. 또 취미생활, 운동 등에 쓸 수 있는 연 50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도 제공한다. 대표실이 따로 없고 서로 직급이 아닌 영어이름을 부르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젊은 세대에게 어필한다. 더욱이 담보대출 담당자는 카카오뱅크 본사가 위치한 서울 성남시 판교가 아닌 서울 용산구 소재 서울오피스에서 일한다. 지원자가 몰릴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약 4년 만인 지난 6월 말 임직원 1000명 시대를 열었는데 채용을 완료하면 몸집이 더욱 불어난다. 기존 은행권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통폐합하면서 인력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 직원의 80% 이상이 40세 이하 2030세대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전체 임직원 중 개발자 비중도 약 40%로 높다.

카카오뱅크뿐만 아니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다음달 출범하는 토스뱅크 등도 채용을 늘리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인력 흡수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얼마 전 자기소개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파격 채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토스뱅크의 경우 본체 토스가 지난달 진행한 개발자 공채에 일주일 만에 5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위기감을 느낀 기존 은행들은 호칭 파괴, 복장 자율화, MZ세대 주축 조직 구성 등으로 내부 문화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최근 들어 MZ세대를 부쩍 자주 거론하고 MZ세대 고객뿐만 아니라 MZ세대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