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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몇달째 '매출 0원' 직원들 2/3이 떠났다…"다음은 내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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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령 기자
  • 이재은 기자
  •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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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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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벌써 36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위태로운 세계1위 면세점

[편집자주] 세계 1위 한국 면세점이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내외국인의 출입국이 가로막혀 매출은 바닥을 찍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면세굴기로 한국 면세시장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다. 그러나 국내에서 면세업은 여전히 '귀족산업'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업이자, 대규모 고용을 실현하는 세계 1위 한국 면세업 구하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 한 시내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서울시내 한 시내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직원 3분의2 떠났다 "다음은 내 차례일수도…" 면세직원의 한숨


"평생 면세점 판매 일만 해봐서 다른 일자리는 어떻게 구하는지도 모르는데..."

지난 8월24일 둘러본 롯데면세점 본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 등 서울시내 주요 시내면세점에서는 직원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뚝 끊긴 고객 발길에 고용불안이 엄습하면서다.

한 시내면세점에 입점한 명품시계브랜드 매장은 현재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6명이 근무한 매장이다. 아예 문을 닫은 매장도 여럿이다. 이 브랜드 매장 직원은 "그나마 따이공(중국 대리구매상)이 찾는 브랜드여서 2명이라도 근무를 하는 거지,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계 1위 한국 면세산업이 위태롭다. 이미 10개 이상의 면세점이 문을 닫았고 1만5000여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대형 유통기업 계열 면세점은 타 채널로 이동 배치, 유무급 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예 철수한 중소 면세점이나 면세점 입점 브랜드의 판매직원의 경우 아예 일자리를 잃었다.

◇따이공도 안 찾는 중소 브랜드 "1명이 3개 매장 맡으며 재고 관리만...버티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사업장은 지난 2019년 말 57개에서 2021년 상반기 현재 48개로 11개가 줄었다.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되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에스엠, 시티면세점 등이 철수한데 이어 특허기간이 만료된 롯데, 신라면세점이 연장없이 문을 닫았고 지난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도 운영을 중단하는 등 폐점이 잇따라서다.

한때 3만5000명에 달했던 면세산업 종사자 수도 1년반만에 1만5000명이 줄어들며 2만명으로 감소했다. 면세점 철수가 잇따랐던 인천공항의 면세업 종사자만 36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상반기 인천공항 일자리 중 면세업 관련 직종은 2019년 7231명에서 3603명으로 3600여명 줄었다. 남은 인원 가운데 10%가 넘는 370여명은 유,무급 휴직 중이다.

시내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중소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따이공들마저 찾지 않아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며 유지는 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고객은 없다.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1명의 직원이 여러 면세점의 매장을 동시에 맡아 유지하는 브랜드도 있다.

한 화장품브랜드 판매직원 A씨는 "1명이 롯데면세점 본점·신라면세점 서울점·신세계면세점 본점을 모두 맡고, 또 다른 1명이 현대면세점 동대문점·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동화면세점 등을 모두 맡는 식으로 인력을 줄인다"며 "그냥 재고관리에 집중하는 건데, 고객이 와도 응대할 수가 없기에 매출이 더 안나오고, 또 인력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내면세점 직원들의 화두는 '이직'이다. 시내면세점 판매 직원을 관리하는 매니저 B씨는 "직원들이 고용불안 때문에 우울을 호소하는데, 뭐라고 달래줄 말이 없다"며 "나이가 어린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이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고연차 매니저급은 나이가 있어 이직이 어렵다며 우울감이 더 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면세점들이 시내면세점을 닫고 면세점 사업 자체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돌면서, 면세점 직원들 사이에선 '빨리 이 바닥을 뜨자'는 위기감이 만연하다. 심지어는 면세점 본사 직원들까지 "중국 하이난으로 이직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다.

면세점 몇달째 '매출 0원' 직원들 2/3이 떠났다…"다음은 내차례"

◇코로나19 장기화…경쟁력 떨어지는데, 中이 치고 올라온다

지난해 3월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면세점 구매객도 85%가 감소했다. 비싼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 비용 부담은 유지돼 면세점 업계의 손익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자구책이 진행됐다.

면세점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시간을 줄이고 점포를 정리했다. 예컨대 신세계면세점 본점의 영업시간은 코로나19(COVID-19) 사태 전 오전 9시~오후 8시30분이었지만, 현재는 오전 11시~오후6시로 줄였다. 김포공항 등 일부 공항 면세점들은 비행 시간에 맞춰 일시적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등 영업시간을 대폭 줄여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분기 이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영업료(임대료)와 특허수수료 등을 감면하고 면세점 및 협력업체 130여곳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내수 통과 및 제3자 반송,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 등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같은 지원에 따라 약 5000억원의 비용절감과 1조20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올 들어 면세점 업계는 흑자전환 등 손익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매출 등 본원적인 실적 회복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고 해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내 면세점업계가 생존에 목표를 두고 버티고 있는 동안 중국 등 경쟁사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다.

중국은 하이난 성을 면세점 산업 핵심 요충지로 결정하고 다양한 규제 개선을 단행하고 있다. 면세점 출점을 확대하고 면세한도를 3만 위안에서 10만위안(약 181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후 하이난 면세점 관광객은 43% 증가하고 객단가도 2배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국내면세사업 활성화를 위해 면세한도 상향, 온라인 판매 허용 등 지원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면세산업이 발전하면서 K-뷰티(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한류상품이 성장하는 통로 역할을 한만큼 면세 산업은 국내 수출산업 선장을 위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 뿐 아니라 한류 등 관광문화 산업과 수출 산업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해외 면세점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면세한도 현실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매출? 몇 달째 0원…" 오지 않는 고객에 지친 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신세계면세점 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월 매출이 얼마 정도 나오나요?"
"0원이요. 사실 몇 달째 0원인데…"

코로나19(COVID-19)가 휩쓸고 간 면세점은 고요했다. 백화점 명품관 오픈런이 우스울 정도로 매일 수만명이 군집하던 시내면세점이었지만 현재는 오지 않는 고객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인천공항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공항면세점 매출 1위 대기록을 세웠던 인천공항 면세점은 이제 각 매장에 하루 찾는 고객을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지난 8월24일 둘러본 롯데면세점 본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 등 서울시내 주요 시내면세점들은 한산했다. 고객보다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

롯데면세점 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롯데면세점 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간혹 명품 시계·패딩·잡화 브랜드 매장이나 K-화장품 매장을 지나갈 땐 돈을 다발로 들고 온 따이공(중국인 대리구매상)이 몇몇 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인 고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면세점 명품 브랜드 직원 A씨는 "현재는 코로나 사태 전 대비 고객이 95% 줄어들었다"며 "극히 일부인 한국인 고객은 대부분 온라인 구매하기 때문에 시내면세점의 거의 모든 고객은 따이공이다"라고 했다.

코로나 전 각 시내면세점에는 하루 1만명의 고객이 찾아왔었다. 각 매장당 20~30분의 대기가 발생할 정도였다. 한때 '매장 내에서 뛰지 말아달라' '줄 서달라'는 안내 직원을 따로 뒀었지만, 현재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다. 매일 1000명 내외의 고객들만이 각 시내면세점을 찾는다.

따이공들은 중국에 다시 되팔 수 있는 특정 브랜드, 특정 상품만을 타깃 쇼핑하기 때문에 아침 오픈시간에만 방문하고 이후는 쭉 한산하다. A씨는 "우리 브랜드는 명품 브랜드라서 오전에 그나마 몇 명 고객이 찾는 상황"이라면서 "인지도 낮은 영세 브랜드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신라면세점 서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4 /사진=이재은 기자

실제 여러 시간 동안 수 차례나 매장을 살피며 돌아다녔지만, 한국 영세 화장품 브랜드는 단 한명의 고객도 매장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한 면세점 화장품 판매 관계자 B씨는 "설화수, 후 등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브랜드는 따이공들이 구매해가지만, 영세 화장품 브랜드는 하루 매출 0원이 다반사다"라고 했다.

보통 그동안 영세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시내면세점을 찾은 동남아시아 관광객 등에게 향을 맡아보게 하고, 핸드크림을 손에 발라주며 '한국' 브랜드를 앞세워 판매해왔는데, 이들이 방문하지 않으니 매출이 발생할 턱이 없다. B씨는 "월매출 0원도 빈번히 나온다"며 "사실 두 세달 월매출 0원도 기록해봤다"고 설명했다.

오지 않는 고객을 기다리는 일에도 적응을 마쳤다. 한 면세점 화장품 판매 관계자 C씨는 "재고관리를 조금한 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보고 있다"며 "그나마 옆 매장에 직원이 있으면 함께 떠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멍하니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3 /사진=임찬영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내 매장 전경 2021.08.23 /사진=임찬영 기자

지난 8월23일 방문한 인천국제공항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1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는 여행객의 모습을 쉽사리 발견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입국 수속을 위한 인파로 가득했던 공간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공항 내 직원들만 공항을 맴돌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입국 심사를 밟고 들어가 마주한 면세 구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공항에 길게 늘어선 면세 구역은 공항의 대표적인 장소이자 면세를 받고 물건을 살 수 있는 '해외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장소지만 이날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동객들로 통로가 가득해 시끌벅적했던 곳이, 지금은 '텅 빈' 공간마냥 조용했다.

현장에서 만난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만 해도 방문객이 10만여명에 달했을 정도로 해외 여행객이 많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3000명대까지 방문객이 감소했다"며 "중국인 유학생들의 영향으로 최근 4000명대까지 오르긴 했지만 미국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되면 이마저도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객으로 가득했던 면세품인도장에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모습이다. 2021.08.23 /사진= 임찬영 기자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객으로 가득했던 면세품인도장에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모습이다. 2021.08.23 /사진= 임찬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해외 출국자는 주로 비즈니스용 출장, 유학생, 해외 교포 등으로 나뉘는데, 면세점 매출의 상당 수를 이들 유학생이 올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방문한 면세점에서도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국인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 외에는 여행객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지난 2월 문을 닫은 롯데·신라 등 면세점 업체들이 자리잡았던 구역을 지날 때는 적막감이 더 컸다. 면세점은 기업마다 특정 사업권을 맡아 운영하기 때문에 수십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남아있는 신세계·현대 면세점이 고용 안정을 위해 일부 매장을 대신 맡아 임시 운영하고 있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17년 동안 면세점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150~200명이 넘는 손님이 방문했는데 이제는 10명이 안 될 정도로 손님이 줄고 매출도 거의 60~70% 이상 줄어들었다"며 "무착륙 비행도 처음에는 기대치가 높았는데 점차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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