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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명품에 가려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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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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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무 /사진==
김재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무 /사진==
얼마 전 오랜만에 미국 바이오텍 기업 테라노스와 관련된 소식을 다시 들었다. 2015년 테라노스의 기술에 대한 문제가 처음 제기되고 2018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된 후 이제야 재판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사실 워낙 큰 사건이고 이슈도 많이 된 내용이겠지만 요약하자면 테라노스는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2년 다니다 중퇴한 엘리자베스 홈즈가 피 한 방울로 200개 이상 질병을 진단하는 랩온어칩 기반의 기술을 개발했고 '에디슨'이라고 명명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기업가치 10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거짓이라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2018년 회사는 청산됐고 엘리자베스 홈즈 및 2명의 경영진이 사기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테라노스는 몇 차례에 걸쳐 투자자들로부터 약 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고 폐업 직전에는 1000억원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는데 모두 가치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다.

수소전기트럭 제조회사이자 상장회사인 미국의 니콜라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 역시 실제 제품개발 능력이 없으면서 허위로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으로 창업자가 기소됐다.

어떻게 그런 회사들이 많은 투자금을 모으고 스타기업으로 주목받은 것일까. 필자 같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하는 일이 그러한 기업을 선도적으로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지만 근거 없는 열광에는 잘 참여하지 않기에 두 경우 모두 단순히 해외 토픽으로 읽고 넘기기에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테라노스가 이러한 결말을 맞게 된 원인을 보면 사실 단순하다. 사기혐의로 소송 중이지만 이 사건의 또다른 본질은 잘못된 투자로 유발된 것이 크다. 비록 2년도 다니지 않고 중퇴했지만 스탠퍼드대 화학과 출신의 멋지고 젊은 여성 CEO(최고경영인)의 화려한 언변과 스토리 그리고 과감한 쇼에 눈과 귀가 가려졌던 투자자들의 검증불량이 이 사태를 확대한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테라노스는 설립 초기부터 유명한 미국의 전직 장관 등 주로 회사의 내용과는 상관이 별로 없지만 외교·군사분야 배경을 가진 저명한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했고 문제가 커진 2016년이 돼서야 전 질병통제센터 소장 등의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포함했다. 즉 초기부터 회사 기술에 대한 지식도 없는 화려한 이사진을 통해 투자자들을 현혹했고 홈즈의 쇼에 투자자들과 매스컴은 열광했다. 테라노스의 투자자 가운데 해당 분야에 투자해 보거나 투자 또는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자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은 이 회사가 투자금을 모으는 과정을 보면 이해가 간다. 바이오테크 분야 전문 투자자들이 테라노스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테라노스가 기술검증을 거부했기 때문이고 현명하고 당연하게도 그런 투자자들은 동사의 기술에 대한 의구심으로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테라노스는 몇몇 기업과 의료기관이 진단분야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그 이후 계약을 파기한 이유 역시 기술의 완성도가 의문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경고신호가 있었음에도 테라노스의 쇼에 아무런 의심 없이 참여한 테라노스 투자자들은 수년간 막대한 투자금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데만 기뻐하다 회사의 가치가 제로가 돼 청산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경영진과 연구진을 검증하는 이유는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열매를 잘 맺게 할 역량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며 개발과정의 논리나 방법, 중간산물 등을 통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는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명품 옷을 걸친다고 사람이 명품이 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부는 옷만 보고 판단하기도 하나 보다. 명품 옷에 첫인상이 끌려도 됨됨이는 봐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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