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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자' 노형욱[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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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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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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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9.09.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9.09.
지난 9일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다시봤다"고 한다. "조금 놀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기획재정부 출신에 직전 국무조정실에 몸 담았던 노 장관 입에서 예상 밖으로 주택관련 통계가 술술 나왔다. 노 장관은 따로 준비한 자료를 한번도 보지 않고 막힘없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국토부 장관을 대면하는 자리니 만큼 업계에선 질문이 쏟아졌다. 한 주택업계 대표는 질문을 7개 던지기도 했다. 이런 즉석, 돌발 건의에 대해 노 장관은 일일이 직접 답했다. "세밀한 숫자까지 인용해 스터디가 많이 돼 있구나, 이해도가 높구나 생각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참석자들이 놀란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날 간담회가 장관의 보여주기식 현장행보에 업계 관계자들이 동원되는 의례적인 간담회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면적, 구획, 난방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를 노 장관은 전격 수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통제 수단으로 강화해 온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검토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도 했다. 지방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합리화도 꺼냈다. 하나같이 업계가 이번 정부에선 불가능할 것이라고 사실상 포기했던 규제들이다.

이번 개선안은 업계와 소통의 결과다. 김현미 전 장관 시절의 8·4 대책이나, 변창흠 전 장관의 2·4 대책은 공공재건축, 공공재개발,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 등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이 주도하는 대책이었다. 민간은 배제됐다. 하지만 노 장관 취임 이후엔 확실히 정책의 결이 달라졌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노 장관을 "실용주의 장관"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생각만을 강요하지 않고 무리수 두지 않으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일처리 방식이 '실용주의'와 맞아 떨어진다. 노 장관의 실용주의는 서울시와 협업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야당 출신인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국토부와 서울시가 파열음을 낼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노 장관과 오 시장은 오히려 손을 잡았다. 노 장관은 규제만을 강조하지 않았고, 오 시장은 규제완화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노 장관이 이번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분상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을 언급하자 오 시장이 다음날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노 장관은 8·4대책이니, 2·4대책이니 그를 대표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블록버스터급 추가 대책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형욱표 대책보단 기존의 정책이 작동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냈고 시장에 '말이 통하는 장관'이란 이미지를 치곡차곡 쌓았다. 그 결과 '둔촌주공' 등 꽉 막혔던 민간의 주택공급 가능성이 살아나고 있다. 대규모 공급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는 노 장관이, 수차례 공급대책을 내놨던 전임 장관들은 하지 못한 공급 확대 기대감을 살려내는 '아이러니'다. 업계는 이제 올 연말 '주택건설의 날' 행사에 모처럼 국토부 장관을 볼 수 있지 않을지 기대한다.



권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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