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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올라올 일 다반사인데…공공기관만 서울 떠나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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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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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서울을 떠나라"(上)

[편집자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또 다시 추진된다. 기업은행, 산업은행, KIC(한국투자공사) 등 100여곳이 대상이다. 여당은 문재인정부 임기 중 못을 박아두려 한다.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과연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일까, 아니면 대선을 노린 지방 포퓰리즘일까.


"바이어가 서울로 오는데"...또 지방으로 떠밀리는 공공기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15.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15.
여당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마무리된 1차 이전으로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에 둥지를 틀었는데, 추가로 120여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명분은 국가균형발전이다. 그러나 각 기관의 업무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 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를 지방으로 보낼 경우 핵심적인 운용 전문인력의 이탈로 외환보유고의 투자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나온 포퓰리즘 정책이란 시각도 있다. 여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2차 공공기관 이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與 "2차 이전, 반드시 추진"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15.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15.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론의 포문을 연 것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앙 집중 방식에서 벗어난 지역 중심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일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해 "지난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정무적 판단으로 미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 직후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질의가 나오자 "조만간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방향을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지방 민심을 놓고 경쟁하는 야권도 동조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수도권 365개 공공기관 전부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 153개 기관 이전 완료...추가로 122개 더?

"어차피 올라올 일 다반사인데…공공기관만 서울 떠나라니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시작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방침을 밝혔고, 이듬해 관련 근거를 담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균특법)이 시행됐다. 2007년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지방 이전 승인을 시작으로 2019년 말까지 총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에 자리를 잡으면서 1차 이전이 마무리됐다.

여당은 1차 이전이 완료되기 이전부터 수차례 2차 이전 계획을 언급해왔다. 2018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균특법상 2차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122개로 밝히며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2차 이전 대상에 포함될 공공기관으로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KIC △한국공항공사(KAC)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폴리텍 등이 꼽힌다.

여당이 2차 이전을 실행에 옮긴다면 균특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균특법으로도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이 가능하지만 정부·여당의 판단에 따라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신설시 지방에 우선 설립 △이전 대상 공공기관 여부 매년 재검토 등을 골자로 한 균특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한 바 있다.

■ "업무 차질 우려...환경도 열악"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9.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9.15. *재판매 및 DB 금지
2차 공공기관 이전론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데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일각에선 2차 이전이 지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지난 2005년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공공기관 180개, 3만2000명의 지방 이전이 이뤄질 경우 △일자리 13만3000개 창출 △생산유발 연간 9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연간 4조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수도권 인구집중 속도 완화 △지역 산업구조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 이전이 각 공공기관의 업무 차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2차 이전 대상으로 평가되는 KIC의 경우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전문인력의 이탈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OTRA는 핵심 업무 중 하나인 해외 바이어와의 교류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지방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예컨대 연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라면 수행하는 연구가 정확히 어디에 필요한지, 연구 결과가 현장에 착근됐는지 등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방에 있다 보니 이런 기회가 줄거나, 연구 자체에 제약이 생겨 현실과 동떨어진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주여건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종특별자치시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세종의 경우 주거·생활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문화 등에선 환경이 열악하다"며 "많은 직원이 업무를 마친 뒤 저녁이나 주말에는 세종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에도 불구하고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 효과가 실질적으론 크지 않다는 뜻이다.

"어차피 올라올 일 다반사인데…공공기관만 서울 떠나라니요"





"가족들이 저 혼자 가래요"…지방이전 2탄에 떨고 있는 공공기관



충북혁신도시 전경./사진제공=충북도
충북혁신도시 전경./사진제공=충북도
"처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결정되면 가족에게 뭐라고 해야할지 걱정이네요. 전에 슬쩍 떠보니 저 혼자 가라고 하던데요."

"지방이전의 명분에 공감은 하지만 기관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지는 지방이전이 무슨 실익이 있을까 싶네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리스트에 오른 서울 등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수십년 살던 곳을 갑자기 떠나야 하는 걸 반길 이는 많지 않을 터다. 자녀 교육문제를 걱정하는 가장부터 연애와 결혼을 원하는 미혼남녀들까지. 당장 '이직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하는 이도 있다.

17일 주요 공공기관에 따르면 2차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투자공사(KIC),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폴리텍대학 등 다수의 공공기관들은 지방이전 여부에 대해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고민스러운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서울 소재 A금융 공기업의 한 임원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한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직원들이 동요하는 듯 한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도 없고, 통보 받은 것도 없다"며 "관 특성상 서울에서 민간 기업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은데 그런 것들이 (이전에) 반영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공기업 차장급 직원은 "우리 기관의 이전을 바라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면서 "앞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도 보면 결국 중요한 사업 이슈가 생기면 상경해 처리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던데, 우리라고 별다를바 있겠느냐"고 했다.

이러한 불만은 특히 산은, 무보, 기은 등 금융 공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들 금융시장의 특성상 대부분의 프로젝트 협의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뤄진다. 서울에 위치한 금융위원회나 국회 등과의 업무협의 수요도 많다.

예컨대 산은의 경우 최근 혁신성장, 벤처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데 벤처캐피탈의 상당수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산은에서 운영하는 '넥스트라운드'라는 투자유치 플랫폼 사업의 경우 매주 2~3회씩 개최하는데 지금까지 500회 이상 진행했다. 스타트업 등 기업의 IR(투자설명회) 등을 돕고 투자자를 매칭해주면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본부가 서울에서 멀어지면 실무적으로 어려움 겪을 수 있다. 관련 기능이 서울 수도권에 모여져 있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산은이 지방에 내려갈 경우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C금융기관 관계자는 "지금도 미국 등 외국의 유명 투자기관은 방한하더라도 일본이나 중국 등 더 큰 시장을 챙겨야 해서 한국은 반나절 내지 하루 정도 짧게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민연금의 사례에서도 보듯 지방으로 가면 해외 기관과의 미팅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지방이전시 인력유출, 대체인력 충원의 어려움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서 전북 전주로 이전한 이후 운용전문인력 이탈에 시달린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경력직 채용 문턱을 낮추기 위해 투자실무 경력 1~3년으로 돼 있던 경력요건을 없애기도 했다. D공공기관 관계자는 "전문인력 소요가 많은 기관의 특성상 지방 이전시 인력 유출 우려가 큰게 사실"이라면서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이전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혼인 E공공기관의 한 직원은 "서울 사옥을 팔고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 수익금을 토대로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직원 복지도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혁신도시의 경우 예전보다 인프라 형성도 잘 돼 있어 되레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F공기업 직원은 "세종이나 부산 정도면 서울 못지 않은 인프라가 조성돼 있고 KTX 등을 이용하면 서울 출장도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고객의 상당수가 지방 중소기업인 까닭에 본사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서울에서 제대로 보지 못하던 지방의 현실을 마주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해줄수 있게 돼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을 더 충실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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