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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언제와요" 6살 막내아들 매일 사진에 인사…"택배노조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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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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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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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업무방해에 극단적 선택한 대리점주 유족 "노조 잔인했다", "고통스럽지만, 남편과 비슷한 피해자 없도록 싸울 것"

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분향소가 지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터미널에 차려졌다/사진=뉴시스
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분향소가 지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터미널에 차려졌다/사진=뉴시스
"아무렇지 않게 놀다가 갑자기 '아빠 언제 오나', '언제 퇴원하나' 이렇게 묻더라고요."

올해 6살이 된 막내아들은 아직 아빠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택배노조) 조합원들의 조직적인 업무방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도 김포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주 이모씨의 아내 박씨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막내 아들은 아직도 매일 아침·저녁 아빠 사진을 보며 인사한다. 박씨는 "언젠가 막내 아들이 창밖을 보기에 '뭐하냐'고 물었더니 아빠와 인사한다고 말하더라"라고 했다.

박씨도 이씨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이 점장의 공식 장례절차는 지난 3일 마무리됐지만 이날 김포경찰서를 찾은 박씨는 왼쪽 가슴에 검은색 근조 리본이 달고 있었다. 박씨는 "사랑하는 세 아이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이날 조합원 13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만두고 싶다" 쓰러져 '한달 입원' 진단받은 이 점장...조합원들은 "X병신인 건가"


지난 6월말 숨진 이씨가 운영하는 택시대리점 컨베이어 밸트에 택배 박스가 쌓여있다. 점주인 이씨와 아내 박씨, 비노조원 6명은 5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3달 동안 매일 밤 10~11시까지 남아 이렇게 쌓인 짐을 처리해야 했다. /사진=유족 측 제공.
지난 6월말 숨진 이씨가 운영하는 택시대리점 컨베이어 밸트에 택배 박스가 쌓여있다. 점주인 이씨와 아내 박씨, 비노조원 6명은 5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 3달 동안 매일 밤 10~11시까지 남아 이렇게 쌓인 짐을 처리해야 했다. /사진=유족 측 제공.

2013년부터 경기 김포시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해 온 이 점장은 지난달 30일 김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배경엔 택배노조 조합원 12명이 지난 5월부터 8월 말까지 업무를 거부한 데 있었다. 이들은 부피가 크고 무거운 이른바 '똥짐' 배송을 거부했다. 이 점장과 아내 박씨, 비노조원 5명은 주말도 없이 새벽 1시까지 남아 300~400여개 똥짐을 처리했다. 역부족이었다. 처리되지 않은 똥짐이 쌓이다 못해 바닥에 널브러졌다. 당시 이 점장은 "다 그만두고 딴 데 가서 살자"고 얘기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있으니 조금만 참자"고 했다.

이씨는 결국 지난 6월에 쓰러졌다. 스트레스로 혈관이 과하게 수축된 상태였다. 어깨부터 뒷골이 아파 병원 시술도 받았다. 박씨는 "당시 남편은 뒷머리가 너무 아파 물건을 못 들 정도였다"며 "의사는 한달 입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남편이 거부했고 매주 검진을 받으라 했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없어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와중에도 조합원들은 이씨를 모욕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노조원들은 태업을 벌이는 동안 단체 대화방에서 "누구말대로 X병신인 건가", "뇌가 없나", "참 멍멍이 XX같네"라는 등 이 점장과 박씨를 모욕했다.

단체 대화방 중 한 곳에는 이 점장과 박씨가 있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날 숨진 이모씨의 휴대전화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변호인은 "대화 내용 자체가 범죄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조합원들 대화에서 명예훼손이 30번, 모욕이 69번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함께 축구하고 사이 좋았는데 노조 가입 후 갑자기 관계 틀어져"


지난 6일 오후 1시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씨가 운영하던 경기도 김포시의 택시대리점. 택배 승하차 차량이 모두 떠나고 텅 비어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6일 오후 1시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씨가 운영하던 경기도 김포시의 택시대리점. 택배 승하차 차량이 모두 떠나고 텅 비어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유족과 조합원 사이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박씨는 "지난 5월 택배기사들이 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사이가 좋았다"며 "2년 전에 강화도에 수영장 딸린 펜션에 워크샵도 갔고 모든 회식은 가족 동반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노조원 김용수(가명)씨도 지난 6일 머니투데이에 "(이 점주는)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인 분"이라며 "1만원 지폐를 20~30장씩 두둑이 갖고 다니다가 어느 직원의 자녀든 만나면 1만원씩 줬다"고 했다.

이 점주는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 택배 대리점주 A씨는 "이 점장이 과거 조합원들과 축구, 골프 등 운동도 같이 다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조합에 가입하고 난 후 관계는 틀어졌다. 박씨는 "조합원들이 노조에 처음 가입하고 얼마 간은 괴롭힘이 심하지 않았다"며 무언가 문의하면 이 점장도 성실히 답했고 갈등은 없었는데 괴롭힘이 갈수록 심해졌다"고 말했다. 비노조원 김씨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조합원들이 미룬 택배 박스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며 "조합원들은 '(이 점주)너 죽어봐라'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고통스럽지만, 남편과 비슷한 피해자 없도록 싸울 것"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의 집단 괴롭힌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장기집배점 고 이영훈 대표의 유족과 변호사는 17일 오전 경기 김포경찰서에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택배기사를 고소했다. /사진=뉴스1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의 집단 괴롭힌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김포장기집배점 고 이영훈 대표의 유족과 변호사는 17일 오전 경기 김포경찰서에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택배기사를 고소했다. /사진=뉴스1

노조 측은 이 점장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지난 3일 이 점장 죽음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폭언이나 욕설 등 내용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CJ대한통운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고 원청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씨는 조합원들의 책임회피가 고소를 결심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조합원들의 잔인한 행태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면서도 "조합원들은 잘못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백한 증거와 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비노조원 택배기사의 생생한 증언으로 사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며 "남편과 같은 피해자가 또 한번 발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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