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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파이낸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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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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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4일, 삼성그룹은 '3년간 240조원 투자·4만명 직접 채용'의 계획을 발표한다. 내용은 실하다. 과감한 투자는 반도체 리더십 유지 의지를 대변한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삼성의 미래로 규정한다.

투자 방안과 함께 고용 계획을 내놓는 것은 국민기업답다.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투자·고용 규모를 보면 단연 '1등 삼성'의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복귀 후 정비된 삼성의 새출발로도 비쳐진다. 삼성은 "미래를 열고 사회와 함께 나아가기 위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이후 무엇인가 발표할 것이란 뻔한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시점과 절차가 클리셰(진부함) 덩어리이기에 숫자의 감흥을 반감시킨다.

무엇보다 주제 의식 결여가 문제다. '1등 삼성'이 더이상 스토리의 주제가 될 수는 없다. 숫자와 스토리는 존재하지만 가치의 서사가 부족하다. 미래를 담는다지만 가치는 과거에 머무는 한계다.

삼성전자 500만 주주 시대, 스토리의 대상도 불분명하다. 가석방을 수용하고 결정한 정부와 국민에 대한 감사 스토리인지, 주주를 위한 기업 가치 제고 스토리인지.

9월 14일, 카카오는 상생방안을 내놓는다.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소상공인 상생기금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기업 전환…. 정치권, 정부 등의 온갖 비판과 공격을 당한 직후다.

위기관리의 최우선 덕목이 속도라는 점에서 빠른 대응은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속이 허하다. 서사는커녕 단순한 스토리도 없다. 가치와 철학의 부재 속 수사(修辭)로 서사를 대신하면 공허할 뿐이다. 시장은 그 레토릭의 깊이를 너무 잘 안다.

8월 24일과 9월 14일 사이, 한 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가 쏟아진다. 파이낸셜 스토리의 저작권자인 SK그룹 계열사들의 스토리다.

SK그룹의 스토리 발표 시점은 이미 예정돼 있다. SK그룹은 매년 6월 주요 경영진이 모여 그룹의 비전과 경영 현황을 논의하는 상반기 정례회의인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상반기 확대경영회의가 각 계열사들이 올해와 다음해 아젠다를 도출해 공유하는 자리라면 10월의 CEO세미나(경영전략회의)는 계열사들이 아젠다에 맞는 실행 계획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자리다.

CEO세미나로 가기 전 CEO들은 시장에 스토리를 브리핑하는 흐름을 밟는다. 2020년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한 뒤 첫해인 2021년 9월 스토리 개봉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 중심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는 'Carbon to Green' 혁신 전략을 발표한다. 그 스토리는 'Net Zero(탄소중립)'로 정리된다.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석유로 만들어낸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석유를 다시 뽑아내는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의 비전을 스토리로 설명한다. SK E&S의 그린 포트폴리오, 전통적 건설회사 SK건설의 SK에코플래트로 질적 변환 등이 이어진다.

계열사 CEO는 회장이 아닌 시장 앞에서 숫자와 스토리, 서사와 비전을 풀어낸다. 스토리의 대상은 주주, 고객, 업계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다. 현시점 SK 파이낸셜 스토리의 주제의식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영화가 흥행하는 게 아니듯 SK의 파이낸셜 스토리도 미흡한 게 있다. 예컨대 물적 분할을 대하는 시각이 모두 호의적이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끊임없이 호흡하고 끊임없이 채점을 받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전통의 강자, 신흥 강호의 스토리가 SK와 비교되는 지점이 바로 연속성이다.

연속성의 근간은 ESG, 3박자다. 특히 지배구조는 실질적 힘이다. CEO와 경영진이 스토리를 만들고 이사회는 이를 평가한다. 이사회는 인사권까지 갖는다. 시장은 이 회사를 채점한다. 스토리는 그 과정 속 탄탄해진다. 결국 탄탄한 스토리를 쓰는 것은 탄탄한, 상식적 지배구조다. 오너의 결단만으로 '파이낸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광화문]파이낸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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