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나자 '쓰레기와 전쟁'…스티로폼 더미 쌓을 곳이 없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송파자원순환공원 재활용선별처리시설에 스티로폼 박스와 플라스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사진=이세연 기자

"저 안이 선별장인데, 지금은 입구까지 쓰레기가 꽉 차 있잖아. 넘친다 넘쳐."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난 24일 서울 송파구 송파자원순환공원 재활용선별처리시설 직원이 약 3m 높이로 산더미를 이룬 스티로폼 상자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9000여평 규모 시설은 가정에서 배출된 재활용 쓰레기로 꽉 찼다. 선별장 안 컨베이어 벨트 앞에선 직원들이 분주하게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쓰레기가 입구까지 흘러넘쳐 진입로를 막고 있었다. 대부분 연휴 기간 냉장·냉동 식료품 배송에 사용된 상자들이다.

한 재활용선별처리시설 직원은 "(들어오는 재활용 쓰레기가) 평소보다 2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티로폼에 테이프가 붙어있으면 직접 다 떼어내야 한다"며 "가정에서 떼어 버리면 수월할 텐데 여기서 일일이 떼니 작업 시간이 배로 걸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휴 끝나자 쓰레기와의 전쟁… 스티로폼 박스·포장용기 등이 많아

24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명절 선물, 음식 등 포장용기로 사용 후 배출된 스티로폼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다./사진=이세연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곳곳에서는 쓰레기와의 전쟁이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에는 경비원이 가정에서 나온 재활용품들을 분리하느라 분주했다. 이곳 경비원 김모씨(70)는 "종이상자를 쌓은 높이가 보통 날보다 2배는 높고, 스티로폼도 너무 많이 늘었다"며 "코로나 이후로 쓰레기가 늘었는데 이번 연휴는 길어서 그런지 온종일 정리해도 끝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다른 자치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북구 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관계자는 "하루 평균 시설에 들어오는 재활용쓰레기 양은 40t 대인데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22일엔 103t이 들어왔다"며 "시설이 꽉 차 더이상 쓰레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명절 때마다 반복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매장에서 과대포장을 단속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명절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 공무원이 매장에서 과대포장을 검사하는 시스템은 전문성이나 기동력이 떨어진다"며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에서 전문기관이 미리 과대포장 등을 검사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기 내 반찬 리필하세요"…친환경 캠페인도 활발

23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위치한 남경반찬의 이복수 사장(71)이 장바구니와 재활용 쇼핑백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16년째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사진=이세연 기자

한편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장용 박스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 캠페인도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지난 5월부터 물건을 살 때 일회용품 대신 가정용 빈 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 망원시장'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시장 가운데 최초로 시작해 지금은 88개 점포 전체가 참여한다.


망원시장에서 가장 먼저 다회용기 포장을 시도한 곳은 '남경반찬'이다. 남경반찬 사장 이복수씨(71)는 "점점 용기를 가져오는 손님들이 늘어난다"며 "직장인 손님들은 주말마다 반찬통을 대여섯개 가져와 종류별로 담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알맹시장에서 판매하는 주방비누(왼쪽)와 화장품(오른쪽). 화장품은 고객이 용기를 가져오면 정량을 담아 판매한다./사진=이세연 기자

친환경 소비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은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주말에는 손님들이 개점시간에 맞춰 줄을 설 만큼 인기다. 알맹상점은 친환경 소비를 위해 주방비누나 화장품 등을 포장하지 않고 내용물만 판매한다.

이번 추석에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알맹상점에서 샀다는 김하은씨(25)는 "실리콘 랩이나 밀랍으로 만든 비닐봉지 대체 다회용백 등 친환경 주방용품을 선물로 드렸다"며 "부모님이 환경에 관심이 많지 않으신 데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알맹상점 직원 김다우씨(24)는 "추석용 선물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아이스팩이나 스티로폼같은 포장지가 많이 사용되는 추석선물 대신 포장지 없는 비누, 유기농 수건을 찾는 손님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