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너 도둑질했지?" 따져도 '명예훼손' 무죄…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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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에서 돈을 훔쳤다고 의심되는 이웃에게 여러 사람 앞에서 "(이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9)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도둑으로 지목하기 위해 관련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최복규)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7월13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해당 형이 너무 무겁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앞서 A씨는 자신의 집을 침입해 돈 등을 훔쳤다고 의심된 B씨에게 "너가 도둑질을 한 것 아니냐"라고 7~8명 앞에서 말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남 진주에 사는 A씨는 2019년 9월1일 본인 집에서 현금 250만원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CCTV 화면에는 신고가 접수된 날 오전 6시27분에 60~70대로 추정되는 여성 1명이 A씨 집을 방문한 장면이 나왔다. A씨 집 주변에 사는 B씨와 C씨 등이 도둑으로 의심받았다.

같은해 11월8일 이웃 중 한 명인 B씨는 함께 의심받던 C씨에게 "너가 (화장실 이용을 위해) A씨 집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보니 범인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를 들은 A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A씨는 B씨에게 "CCTV에 너도 나오지 않았냐"며 "너도 방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B씨는 A씨 돈울 훔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이때 B씨에게 "니가 도둑질한 것 아니냐"고도 말한 것으로 파악돼 허위 사실로 타인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와 같은 검찰의 공소 사실과 관련 증거 등을 종합해 A씨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당심 재판 과정에서 C는 'A가 B에게 단정적으로 도둑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며 "다른 목격자 D도 'A는 B에게 너가 거기에 들어갔다가 나왔잖아라고 말했을 뿐 B가 도둑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의 증언을 했다"고 했다.

이어 "너(B씨)도 방에 들어갔다"는 A씨 발언이 B를 범인으로 지목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말 뜻은 '자기 집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이유로 C를 범인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갔다 나온 B 또한 범인'이라는 뜻"이라며 "단순히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 해서 범인이라고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어법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니가 도둑 아니냐'라는 말을 했더라도, B가 절도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추궁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 정도 질문을 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A씨는 수사 기관에서 '도둑질을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혐의를 부인했고, 벌금형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타인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며 "그 사실이 증거로 입증 가능해야 하며, 문제의 표현이 행해진 전체적 정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무학(無學)의 고령인 점과 언어능력 등을 등을 고려하면 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그의 진의에 의해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며 "A씨에 대한 공소 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했다.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점이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