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도 못만든 헝다車, 추가상장 포기…97% 폭락에도 시총 3조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기자

헝다자동차의 '헝치' 시리즈. 이달 3일 사막 주행 테스트를 성공했다고 헝다자동차는 밝혔다. 그러나 생산 일정은 알려진 게 없다./사진=텐센트망.

헝다자동차가 상하이증권 거래소 내 과학기술보드 커촹반(科創板) 상장을 포기했다. 설립 후 2년 동안 자동차를 한 대도 생산하지 못하면서 존속 여부에 의문이 든 데다, 헝다그룹 파산이 임박한 와중에 자금 조달은 물 건너갔다는 자체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전날 밤 헝다자동차는 커촹반 상장을 포기하고 하이퉁증권과 자문사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헝다자동차는 이 사실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선전감독국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커촹반은 '상하이판 나스닥'이다. 2019년 7월 상하이거래소 내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으로 설치됐다.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던 시기 혁신기업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조달 채널로 만들어졌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헝다자동차는 지난해 9월18일 커촹판으로 거래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전인 같은 달 15일에는 텐센트, 디디추싱 등 6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당 22.65홍콩달러, 올 1월에는 쉬자인 회장과 친분이 깊은 부동산 개발 업체들을 상대로 주당 27.3홍콩달러에 또 증자를 단행, 모두 300억홍콩달러(약 4조5170억원)을 모집했다.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헝다자동차는 그러나 출범 2년 동안 한 대도 출시하지 못했다. 올 2월 장중 한 때 72.45홍콩달러까지 치솟던 헝다자동차 주가는 최근(24일) 고점 대비 97% 추락한 2.23홍콩달러로 고꾸라졌다. 거의 휴지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218억홍콩달러(약 3조28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