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석방 전 中을 방문한 美인사 있었다…정상회담도 곧?

미중 간 메신저 역할로 '제2의 키신저'로 평가받는 존 손튼 배릭골드 이사회 의장. /사진=유튜브 갈무리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미·중 관계 개선 기대의 목소리가 등장한 가운데 미국 월가의 거물이 최근 비밀리에 방중해 중국 최고지도부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광산업체 배릭골드의 존 손튼(John Thornton) 이사회 의장이 미·중 간 교류의 비공식적 채널로 최근 6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 상하이, 신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튼 의장은 첫 3주간 상하이에 머물렀다. 지난 8월 말에는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와 만났고, 이후에는 일주일 신장 여행을 간 것으로 전해졌다. 손튼 의장은 현재 '중·미 금융 라운드테이블'(CUFR)의 공동의장도 맡고 있다 중국 칭화대 방문교수로 지냈던 그는 한때 중국 주재 미국대사로 거론된 인물이기도 하다.

SCMP는 손튼 의장과 한 부총리 간 면담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베이징에서 중국 관리의 외국인 면담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과거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 사례를 거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재직하면서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미·중 외교의 물꼬를 열며 이듬해 당시 미국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의 중국 순방을 성사시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소식통은 "손튼의 방문은 50년 전 비밀리에 이뤄진 헨리 키신저의 방중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손튼 의장은 한 부총리와 회동에서 기후변화, 신장 인권문제 등 미·중 간 주요 문제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회담 재개 조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총리는 이번 면담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중(對中)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 등 국제문제에서는 협력하는 양면적 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다. /사진=로이터

SCMP는 손튼 의장의 이번 방중이 최근 미·중 사이에서 벌어진 일부 대화와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25일에 이뤄진 멍 부회장의 귀국에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신문은 "(손튼 의장의 방중 일정에서) 멍 부회장의 석방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은 미국에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면 중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중 하나가 멍 부회장의 석방"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협의'로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미국의 제재 대상국인 이란과 사업하는 과정에서 HSBC 은행을 속이고 금융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중국이 이에 반발하며 양국 갈등이 한층 심화했다.

미·중 갈등의 상징적 인물인 멍 부회장이 석방에 이어 손튼 의장의 비밀리 방중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대면 회담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미국은 최근 몇 달 동안 미·중 간 겹겹이 쌓인 갈등을 해소하고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양자 대면 회담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 관리들이 "올해 말 이전에는 (대면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 측의 거부로 특별한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