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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이 아니라 기업 군기잡기?…"네·카 대표 뺑뺑이 돌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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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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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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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올해도 기업인 국감 (上)

[편집자주] 대기업 총수 부터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오너, CEO까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국정 점검 보다 기업에 대한 영향력 과시 무대로 변질되면서다. 매년 반복되는 국회 국정감사의 '기업 군기잡기' 구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재용·최태원도 떤다…올해도 국정 빠지고 기업만 남은 국감


국감이 아니라 기업 군기잡기?…"네·카 대표 뺑뺑이 돌 수도"
최근 SK그룹 대관(對官)팀이 홍역을 치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출석 요청 검토의 배경은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SK그룹의 사업 계획을 묻겠다는 것. 재계에서는 황당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상 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 총수를 불러 정부 정책에 대한 사업 의지를 캐묻겠다니 기업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면 길들이겠다는 것 아니냐"며 "국정을 감시해야 할 국정감사가 기업과 시장, 민간에 대한 감사로 뒤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감을 앞두고 기업들의 스트레스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도 기업인들이 '단골손님'으로 오르내리면서다.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내 호통치고 면박을 주는 '낯익은 구태'가 되풀이될 조짐이다.

국감에 기업인을 호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의 역할이 소홀하다는 명분으로 국감에서 직접 기업인을 소환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인 출석을 요구하는 이유나 배경, 규모다. 일단 규모부터가 예상 이상이다.

국감에 호출되는 기업인은 17대 국회 국감(2004~2007년)에서 연평균 52명, 18대(2008~2011년) 77명, 19대(2012~2015년) 124명, 20대(2016~2019년) 159명으로 해마다 급속도로 늘었다. 기업이나 산업 분야와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까지 가세한 것도 기업인 출석을 부풀렸다.

올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최고 자산가에 올랐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정주 넥슨 창업주, 강한승 쿠팡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의 증인 출석이 확정된 상태다. 김범수 의장, 한성숙 대표 등은 출석이 확정된 정무위나 농해수위 외에 산자위 등에서도 증인 출석을 신청해 2~3개 상임위 국감에 중복 출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인사는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업체를 대상으로 국감 뺑뺑이 판을 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여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상대로 국회가 군기잡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다. 플랫폼업계만이 아니다. 올해 10대 그룹 중 6개 그룹 총수가 국감 증인으로 신청된 것을 두고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치가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경제·사회 전반의 감시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정감사에 국정이 빠지고 기업만 있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국감의 타깃으로 떠오른 플랫폼업계에서도 첨단 기술을 근간으로 기존 사업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에 필요 이상의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이 정부가 정한 범주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조건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어떤 혁신 기업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 출석 요구가 늘어나는 것은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누구나 알만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화제성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정치인에게 얼굴을 알린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업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의 정쟁이 심해지면 양쪽의 의견차로 민감한 정치인이나 관료 출석이 불발되는 틈새를 기업인으로 메우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기업이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면 국회가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거나 기업과의 인연을 쌓는 수단으로 국감이 활용된다는 의심도 거두기 어렵다.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나중엔 실무담당자로 '급'을 낮추는 경우가 그런 의심 사례다. 애초에 불가피하게 기업을 불러 추궁할 일이 있더라도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니라면 실무자를 부르는 게 효율적인데 굳이 기업 총수나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국감이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이자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의원들의 민원 창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4년 전까지는 대기업 총수들이 국감 출석을 피하느라 10월만 되면 줄줄이 해외출장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국내에 남아 시달리느니 글로벌 사업장을 점검하고 해외 파트너를 만나 먹거리를 찾는 게 낫다는 얘기다. 여의도 정가에서 국감 증인 출석과 관련해서 '1빽 2도(해외도피) 3병(병치레)'이라는 얘기가 돌았던 배경이다.



플랫폼 때리는 '답정너 국감' 될라…네카오는 웁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사진=머니투데이DB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사진=머니투데이DB
올해 국정감사에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의장 등 IT(정보기술) 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IT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뉴스 편집과 실시간 검색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골목상권 침해, 불공정 거래 등 플랫폼의 독과점 이슈로 번지면서 예년보다 질타의 강도가 세질 것이 확실해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IT와 큰 연관이 없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까지 네이버·카카오 경영진을 증인 신청했다. 사실상 국방, 안보 상임위만 빼면 모든 상임위에서 나선 셈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자영업자에 대한 위로를 빅테크 때리기로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인 망신주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적지않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2018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2018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앞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17년 취임 첫 해부터 빠지지 않고 국감에 출석했는데 "네일베(네이버, 일베 합성어) 아니냐", "변명말고, 답변만 하라" 식의 발언을 매년 들어왔다. 정작 한 대표 입에서 나온 대답은 '네, 아니오'가 대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대중이 잘 모르는 정책에 대해 질의하는 것보다 과거 재벌 총수를 때리듯 카카오를 한 번 혼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올해는 플랫폼 국감이라는 말 그대로 큰 장이 열린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자영업자 위로? 국감 방향 이미 정해졌다

국감이 아니라 기업 군기잡기?…"네·카 대표 뺑뺑이 돌 수도"
이번 국감의 방향성이 이미 정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부터 나흘간 '플랫폼 경제, 을(乙)과의 연속 간담회'를 열고 교통·숙박·전문직종 등 플랫폼 기업과 충돌하는 소상공인·종사자 단체를 불러 피해 사례를 청취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카카오 성공의 이면에는 시장 지배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기존 디지털화가 안 된 시장에 진입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구성원을 성장시킨 측면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에 대한 고려는 없어 보인다"며 "다짜고짜 잘못됐다고 하니 산업 자체가 발목 잡힐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IT 업계에서는 정치가 혁신을 침몰시킨다는 자조가 나돈다. 일례로 모빌리티 시장의 경직과 독과점을 가져온 것은 정치권과 국토교통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다. 2019년 차량 배차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시장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정치권의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통과로 사업을 접었다. 이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시장 독점구조의 단초가 된 동시에 택시업계가 반 카카오로 돌아선 계기가 됐다.

◆플랫폼 부작용?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아…"국회가 행정부 감시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간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범수·김봉진 의장은 올해 초 대규모 재산 기부로 새로운 기업인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QR체크인과 잔여백신 예약 시스템 등을 선보였다.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 공헌을 해왔지만 '갑질·공룡' 프레임만 씌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치권이 플랫폼 독과점에대한 세밀한 실태조사와 규제의 득실 연구, 플랫폼간 견제책이나 경쟁강화 등 개선책 마련에는 소홀히하는 행정부를 질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플랫폼 규제의 소관 부처를 자임하며 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구보다 규제가 우선되다 보니 산업 자체의 혁신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은 중소상공인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면밀한 분석없이 성급하게 규제를 펼칠 경우 그 부담이 중소상공인에 향하게 된다"며 "국감에서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정치적 논리로 급조된 정책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기업인 무더기 출석...말로만 '정책국감' 구태 이유는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19년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 국정감사장이 마련돼 있다. 2019.09.30. ppkjm@newsis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19년 국정감사를 이틀 앞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 국정감사장이 마련돼 있다. 2019.09.30. ppkjm@newsis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석하는 국내 기업인 명단이 아니다. 다음 달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이들이다.

국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 증인으로 대기업 총수와 CEO(최고경영자)를 무더기로 호출했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야 모두 '기업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행정부 감시·감독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기업감사'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임위마다 "일단 부르고 보자" ...올해도 총수 비롯 CEO 무더기 호출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마다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간사가 막판 협의에 돌입한 상태다. 상임위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요 대기업 오너 등 기업인들을 증언대에 세우는데 대체로 큰 이견이 없는 기류가 감지된다.

실제 증인 채택이 최종 확정된 정무위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정주 넥슨 창업주,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이다. 올해 국감이 이른바 '플랫폼 국감'임을 감안해도 이들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증언대에 설 가능성이 높다.

환노위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직장 내 괴롭힘)를 비롯해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사업장 내 안전관리 관련), 김규덕 삼성물산 전무(산재사망사고 다발사업장) 등을 증인으로 최종 채택했다. 당초 재계 서열 10위권 그룹 총수 중 6명을 국감장에 부르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 비교하면 다소 후퇴했지만 종합국감에서 오너들이 막판 추가될 수도 있다.

환노위는 직장 내 괴롭힘부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 방안 등을 묻겠다는 점을 증인 신청 이유로 내세웠다. 이들이 어떻게 답변하느냐에 따라 여야간 공방은 물론 국감이 파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력 기업인 불러 '몸값' 높이려는 국회...대선 앞두고 '기업인 길들이기' 시각도

그럼에도 국감 때마다 기업인을 부르는 이유는 뭘까. 대기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 못하기 때문에 이를 점검하는 차원도 있으나 의원들의 존재감 부각 차원이라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국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모 그룹 대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국감에 출석한 CEO에게 직접 물어본 사례도 있었다"며 "올해는 내년 대선을 앞뒀기 때문에 여야 모두 기업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총수들을 대거 호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중앙부처 등 정부 국감은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맹탕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정부정책결정에 대한 집행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따져보는 방식으로 '경제국감'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경제에 보탬이 되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렀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 높은 정책 국감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경제회복이 절실한 만큼 기업이 아니라 정부정책기조와 방향에 대해 따지는 국감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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