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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때만 되면 자괴감이…" 대기업 담당자들이 한숨 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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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석환 기자
  •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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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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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올해도 기업인 국감 (下)

[편집자주] 대기업 총수 부터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오너, CEO까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국정 점검 보다 기업에 대한 영향력 과시 무대로 변질되면서다. 매년 반복되는 국회 국정감사의 '기업 군기잡기' 구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믿었던 야당이 더…" 마구잡이 호출에 재계, 국감 노이로제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1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회계연도 결산 및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이 의결되고 있다. 2021.9.16/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1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회계연도 결산 및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이 의결되고 있다. 2021.9.16/뉴스1
"기업감사도 아니고 매년 반복되는 기업인 망신주기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온종일 앉아 있으면서 답변 한두개 하는 그런 감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올해 국정감사(국감)를 앞둔 27일 재계에선 한숨이 터져나왔다. 정권이 바뀌고 여·야가 바뀐지 4년이 지났지만 "기업인의 국감 수난"이란 말은 물론 기업 총수를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채택하는 관행도 없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과도할 정도로 다수의 기업인들이 불려나가는 현상은 일반 국민도 이해하기 어려우며, 국회의원들이 기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국감의 본질은 국정운영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책감사인데 망신주기식 기업감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미 플랫폼업계 등 국감 출석이 예정된 기업들의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과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감 증인 선정시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소환이 빈발하는 점, 소환 후에도 사실관계에 대한 진지한 검증이 아닌 일방적인 호통식 질의가 주를 이루는 점 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민들의 궁금한 점을 해소하자는 취지임을 감안할 때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핵심적인 것만 질의할 수 있는 국감문화가 절실하다"며 "부디 올해는 기업인들이 몰아세우기식 질의를 걱정하는 장면이 아닌 정부 정책을 되짚어 보고 고민의 기회를 갖는 진정한 의미의 국감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증인채택 과정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또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국감 증인 선정에 신중한 분위기인데 반해 그나마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야당(국민의힘)이 오히려 대거 소환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멘붕(멘탈붕괴)에 빠진 상황"이라며 "처음에 증인 소환 규모를 부풀렸다가 나중에 빼는 과정에서 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증인채택을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기업의 국회 담당자들이 국감 때마다 살생부(증인채택 명단)를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국가적 낭비"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첫 국감을 앞두고 낸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국회는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기업인에 대한 증인채택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평생 쉴 한숨을 국감 때 다 쉬어요" 대기업 대관 A씨의 하소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감 시즌만 되면 평생 쉴 한 숨을 다 쉬는 것 같습니다."

국정감사 메인 플레이어인 국회의원이나 이들을 돕는 보좌관의 얘기가 아니다. 기업 대관 담당자의 말이다. 대관이란 입법·행정 등 관(官)과 자신이 속한 기업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기업 내 조직이다. 평소에도 규제개선이나 정책건의 등 각종 이해관계를 전달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특히 국감 기간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대관 담당자들은 국감 개최 1~2주 전부터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악은 총수의 출석이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각 의원실과 접촉하며 사정을 설명한다"며 "증인 채택을 막을 수 없다면 총수 대신 전문경영인이나 해당 사안을 담당하는 임원이 출석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만나야 할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4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보좌관, 5급에 해당하는 비서관, 각각 6·7·9급인 비서, 인턴까지 총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대관 담당자들은 주로 보좌관과 비서관과 접촉하는데, 이들의 수는 1200명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COVID-19)로 의원실 관계자들과 대면해 사정을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증인 채택이 매듭지어져도 국회를 떠날 순 없다. 총수 대신 실무 임원진이 출석하도록 협조를 받았다면 마음의 짐을 조금 덜지만, 바쁜 건 매한가지다. 과거 대관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한 대기업 직원은 "하루종일 전화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파악한다"면서 "그간 관계를 맺어온 의원실이나 로펌을 통해 국감 당일에 기업 사람들이 머무를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관 업무 담당자는 매년 국감 시즌만 되면 자괴감이 들곤 한다고 토로했다. 총수나 책임자를 부르는 이유가 타당하다면 그나마 수긍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또 시간을 들여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도 발언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담당자는 "비생산적인 일이란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 전했다.

하는 일에 비해 받는 평가는 박하다. 총수나 CEO의 국감 증인 출석을 무산시키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정도의 평을 받는 반면, 이를 못 막을 경우에 떠안는 책임은 크다. 총수를 국감 증인에서 빼지 못한 기업에서는 대관 조직 내부에 변화가 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매번 나온다.

재계에서는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의 기업인 증인 신청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9~10월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으로 기업들이 한 창 바쁠 때임에도 마구잡이식 증인채택에 많은 인원들이 투입되고 있다"면서 "발전지향적인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답변을 받아야 할 사안이 있다면 총수나 CEO보다는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실무자를 부르는 것이 합리적"이라 덧붙였다.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국감의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또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위해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 국정감사"라며 "하지만 국가 살림보다는 기업인이 더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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