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말 조기 인사설 꿈틀…조직개편 만지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오른쪽 앞)이 이달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사진 왼쪽 앞)를 맞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연말 임원 인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소 이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룹 지배구조와 조직개편을 위한 외부 컨설팅이 조기 인사설의 진앙지다. 연말을 앞두고 계열사별 임원들이 촉각을 바짝 세운 분위기다.

28일 복수의 삼성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룹 지배구조와 조직개편 등을 위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연구용역이 막바지 작업 중이다. BCG의 보고서가 나오면 삼성그룹은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외부 독립위원회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고려대 경영대 지배구조연구소에서 제출한 관련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진의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대국민발표에서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줄곧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BCG 용역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다만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 취업제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개편 방안을 내놓기는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변화와 쇄신을 위해 조기 인사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계열사별로 임원 인사를 위한 내부 평가도 이미 진행 중이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지난 8월 말 한화시스템·한화종합화학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 예년보다 한달 정도 빠른 조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삼성그룹도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싸고 조직 내 긴장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쇄신론이 대두된 상황이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성과주의에 더해 미래성장동력 중심의 사업전략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 출소 이후 삼성전자 등이 발표한 3년 내 240조원 투자 방안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바이오를 비롯해 차세대 통신·AI(인공지능)·로봇 등 신성장 IT를 3대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임원 인사와 함께 일부 조직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 활동을 보장하는 등 준법의지를 강조한 데다 사업조직에도 쇄신의 분위기를 불어넣기 위해 관련 조직을 다듬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인사는 "계열사별로 주력 사업이 안정적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경쟁사와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안팎의 이런 목소리를 인사에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