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부럽냐고? 세계 1위 GSK 꿈꾸는 차백신연구소

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 /사진제공=차백신연구소

"지금은 면역을 조절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가장 활발한 시기로, 차백신연구소가 축적한 기술이 꽃을 피울 때입니다."(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


올해 초호황을 보이고 있는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57,400원 ▼800 -1.37%)는 큰 관심을 받았다. 공모 과정에서 폭발적 흥행은 물론이고 상장 이후 기록적인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에게 대박을 안겼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백신 생산을 안정적으로 담당하며 주요 생산기지 역할까지 수행했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백신 기술 기업 차백신연구소가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만하지만 차백신연구소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다른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근거는 백신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오는 10월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하는 차백신연구소의 염정선 대표는 29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량생산에 강점을 가진 큰 회사라면 차백신연구소는 기술 중심 벤처 회사로 차이가 있다"며 "차백신연구소는 경쟁력이 충분한 백신 기술을 보유한 작지만 강한 국내 유일 면역증강 플랫폼 회사"라고 소개했다.

염 대표는 차백신연구소를 세계 최고 백신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GSK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백신 기술 회사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염 대표는 2000년 차백신연구소 설립 때부터 함께 한 백신 전문가다. 1985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학에서 분자생물학 박사를 땄다. 차백신연구소 합류 전 서울대 분자미생물학연구센터 연수연구원,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쳤다.

자체 면역증강 플랫폼, 세계에서 통할 유일한 국내 기술염 대표는 차백신연구소가 오랜 기간 백신 관련 기초 기술과 핵심 연구 역량을 쌓아온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통할 국내 유일한 면역증강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염 대표는 "차백신연구소의 주요 기술은 면역증강 플랫폼"이라며 "면역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치료백신, 프리미엄백신,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증강 플랫폼은 개발이 매우 어렵지만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라며 "글로벌 기업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발명진흥회가 자체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을 통해 부여하는 국내외 등록 특허 등급 평가에서 차백신연구소의 면역증강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 면역증강제 관련 특허로 S등급을 받은 기업은 차백신연구소뿐이다. 해외 면역증강제 관련 특허로 S등급을 받은 기업도 GSK, 화이자, 사노피 등 일부 세계 백신 강자뿐이다.

염 대표는 "국내 면역증강 기술로는 독보적이고,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임상 연구에서 독성이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고 효과는 다른 물질과 비교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차백신연구소가 보유한 자체 면역증강 플랫폼(TLR2/3 복합면역증강물질)은 인체의 세포성 면역 반응을 높여 다양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돕는 기초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항생제 등 기존 치료제가 몸 안 해로운 박테리아를 직접 죽인다면, 차백신연구소가 개발하는 면역증강 플랫폼 기반 치료백신은 체내 면역을 높여 면역력이 암 세포나 박테리아를 인지하고 싸워 없애는 방식으로 차이가 있다.

차백신연구소가 특허를 가진 복합면역증강물질은 인체의 선천성 면역 관련 단백질을 자극해 면역을 눈에 띄게 높일 수 있다. 이 복합물질 형태의 면역증강제를 기반으로 만성 B형 간염 치료백신, 무반응자용 B형 간염 예방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항암백신, 면역항암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염 대표는 "차백신연구소만큼 강한 면역증강 물질로 다양한 백신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전 세계에도 거의 없다"며 "특허 기반 독자적 면역증강 기술을 토대로 뛰어난 여러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어 상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치료백신 세계 첫 상용화 노린다차백신연구소의 대표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만성 B형 간염 치료백신(CVI-HBV-002)은 현재 임상 2b상 연구 중이다. 임상 1/2a상을 통해 완치 가능성을 확인했다.

만성 B형 간염 치료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허가 사례가 없고, 차백신연구소의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가 가장 빠르다. 자체적인 임상 2상을 통해 2023년 기술이전 목표다. 글로벌 기업 3곳과 이미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은 2024년 약 30억6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성 B형 간염은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으로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어 완치가 어렵다. 우리 국민의 경우 약 5%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다. 중국은 보균자가 약 1억2000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염 대표는 "CVI-HBV-002는 동물 대상 비임상에서 매우 뛰어난 효능을 확인했고, 임상 1/2a상에서 사람 대상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꼭 첫 상용화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재조합 방식 대상포진 백신 파이프라인도 눈에 띈다. 지난 8월말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해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나이가 든 사람의 경우 만성 통증으로 이어진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일단 낫지만 합병증 등으로 통증은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GSK가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싱그릭스)이 있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언제부터 판매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아프단 단점이 있다. 허가된 백신 중 가장 아프단 말이 나올 정도다.

염 대표는 "차백신연구소 역시 재조합 방식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싱그릭스보다 효능이 동등하거나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무엇보다 아프지 않다"며 "내년(2022년) 임상 개시 계획으로, 2023년 상반기 임상 1/2a상 승인 시기부터 기술이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전 성과가 만성 B형 간염 치료백신보다 먼저 나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작지만 강한 기술 중심 회사염 대표는 이 외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중 항암백신과 면역항암치료제를 강조했다.

특히 항암백신 파이프라인의 경우 지난 2월 바이오 벤처인 애스톤사이언스(Aston Science)에 2021억원 규모로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염 대표는 "항암백신은 부작용이 없고 다른 항암제와 병용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애스톤사이언스는 머크 출신들이 만든 실력 있는 바이오 회사로, 내년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백신연구소는 기술이전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항암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차백신연구소의 면역항암치료제 파이프라인의 경우 동물 효능실험 결과를 토대로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선정됐다. 염 대표는 "면역항암치료제를 분당차병원 교수진과 함께 연구하고 있어 빨리 임상에 들어갈 수 있다"며 "직접 암 환자를 보는 교수님과 같이 개발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염 대표는 "결국 차백신연구소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면역증강 플랫폼을 보유하고, 이를 토대로 뛰어나고 가능성 높은 파이프라인을 여럿 개발 중인 회사"라며 "주목받는 세계 백신 시장에서 GSK를 노릴 만한 토종 백신 기술 기업의 성장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기술이전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1조원 규모 정도의 기술이전 계약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