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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문 닫으면 보상해주나"…'칠성 개시장' 상인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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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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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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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대책도 없이 없애겠다 하이께 당황시럽지 않겠습니까."

28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칠성개시장은 적막했다. 골목 곳곳엔 '개고기', '개소주'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주인이나 직원들이 가게 앞에 나와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안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개소주집을 해온 이모씨(65)는 "몸에 나쁜 음식을 파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손님들이 찾는데 무슨 이유로 갑자기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나선건지 모르겠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판에 서민들만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금지부터 발표하니 납득 어려워, 대책 필요해"


28일 오후 대구 칠성개시장 골목은 적막감이 나돌았다. 식당 내부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사진=김지현 기자
28일 오후 대구 칠성개시장 골목은 적막감이 나돌았다. 식당 내부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사진=김지현 기자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고기 식용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개식용을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개식용 문제는 수년간 지속돼온 문제로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동물단체들의 개고기 식용 반대와 오랜 식습관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금지 검토 소식을 들은 칠성개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앞서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이 폐쇄 수순을 밟으며 칠성개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식용개 시장이기도 하다. 일부 상인들은 "이야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기자의 질문을 피하기도 했다.

상인들 대부분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 없이 개식용 금지 검토 발언부터 한 것에 대해 화가 났다고 한다. 1988년부터 영양탕집을 해온 70대 김모씨는 "정부가 금지하는데 굳이 우겨서까지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난감했던 건 다른 별도의 설명 없이 하루아침에 생계로 삼아오던 일을 빼앗겠다고 했던 부분"이라며 "이 일을 하며 자식들 학비 벌어 가르치고 했는데 남은 노후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때 칠성개시장은 보신탕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김씨의 아내 박모씨는 "가게 뒤편 골목으로 보신탕집과 개고기를 판매하는 곳들이 쭉 있었다"며 "몇 년 전 50곳이 넘었는데 지금은 14곳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씨가 맞은 손님은 한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보신탕을 구입한 건 아니었다. 박씨는 "한 대에 100만원씩 구입한 장비들만 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처분하는데도 비용이 들다 보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50여 곳에서 14곳…문 닫은 칠성시장 보신탕집들


28일 오후 대구 칠성개시장에 위치한 한 영양탕집 주방 기기들이 멈춰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28일 오후 대구 칠성개시장에 위치한 한 영양탕집 주방 기기들이 멈춰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이날 방문한 시장에 개고기를 문앞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곳들은 없는 상태였다. 이씨는 "몇 달 전쯤 가게 앞에다 개고기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들은 다 없어진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계속 단속을 나와 가게 앞에 냉장고조차 놓지 못하게 하니 버티지 못하고 가게들이 떠났다"고 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칠성개시장 내 도살장 2곳은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 폐쇄됐고, 살아있는 개들을 전시하는 이른바 '뜬장'도 8곳 있었으나 지난 6월 모두 철거됐다.

개고기 판매업체뿐만 아니라 이날 개시장에 위치한 보신탕집 중 두 곳은 문을 닫은 채 임대문의를 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20년 정도 칠성시장에서 장사를 한 이모씨(47)는 "같은 골목에 일곱 군데 정도 보신탕집이 있었는데 지금 세 곳만 남았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정이 악화돼 매출이 3분의2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이씨 역시 정부가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준다면 장사를 그만둘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매년 매출을 계산해 정부가 그만큼 보상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상인은 부산 구포시장의 사례를 들었다. 김씨는 "구포시장은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며 폐업을 이끌었다고 들었다"며 "그런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 모란시장이 내놨던 업종전환 지원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대부분 상인들이 최소 20년 이상을 종사한데다 나이가 적지 않아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수요 있는데 왜 없애나…"단골손님들 있어"


대구 칠성개시장에 위치한 문 닫은 개소주집에 점포 임대 문의가 걸려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대구 칠성개시장에 위치한 문 닫은 개소주집에 점포 임대 문의가 걸려 있다 /사진=김지현 기자

보신탕집 주인들은 하나같이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40년 평생 보신탕집을 한 강모씨(65)는 "찾는 손님들이 많다"며 "병원에서 되레 의사 추천을 받고 와서 먹으러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강씨는 "애완견을 잡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동물단체들의 신고로 개고기 판매업체가 줄어 단가가 2배로 오른 상황"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보신탕집에서 근무하는 60대 최모씨도 단골손님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씨는 "실제로 드시고 가서 기력이 회복됐다는 분들이 계신다"며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수요가 없으니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업종인데 왜 이렇게 앞당겨서 없애려는지 갑갑하다"고 했다.

이씨 역시 "가게를 폐업한다면 우리보다 손님들이 아쉬워할 것"이라며 "최근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식용으로 키운 개를 가져다 쓰는 건데 왜 없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되묻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식문화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물권 단체들은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시행령에서)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데 (식용으로)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개를 도살하고 식용으로 사육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45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 발언을 적극 환영하며 실질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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