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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통합' 물건너간 대한항공-아시아나…美·中·日에 운명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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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선일 기자
  • 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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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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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1년째 날개 못편 '메가 항공사' (上)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다. 대한민국 국적 '메가 항공사'의 탄생은 현실이 될까?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 결혼 반댈세" 美·中이 'NO'하면 못 합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09.14.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09.14.
대한항공 (30,400원 상승150 -0.5%)아시아나항공 (23,150원 상승700 -2.9%) 인수·합병(M&A) 계획이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경쟁당국들은 M&A 승인시 특정 항공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현재로선 대부분의 경쟁당국이 일부 노선 사업권의 매각, 요금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붙여 M&A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미주,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시장 경쟁당국이 승인 조건으로 핵심 노선 매각을 요구하거나 아예 '불허'를 결정한다면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항공업계의 우려다. 노선을 매각하려 해도 해당 노선을 사줄 다른 항공사를 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변수다.

◆1년째 기다리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 추진은 약 1년 전 시작됐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거래가 무산됐고, 대한항공은 약 2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공식화했다.

매출액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은 M&A를 추진할 때 경쟁당국 신고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올해 1월 공정위를 비롯해 총 14개 국가 경쟁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터키·태국·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 등 5개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베트남·영국·호주·싱가포르 등 9개 국가는 아직 심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남은 9개국 경쟁당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사실상 M&A가 어려워진다. 그 지역의 노선 사업권을 포기할 경우엔 통합이 가능하지만, 그 곳이 미국·EU·중국·일본 등 핵심 시장이라면 현실적으로 이 역시 쉽지 않다.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대한항공은 지난 6월 30일을 주식 취득 예정일로 공시했지만 9월 30일로 한 차례 변경한 후 최근 일정을 다시 12월 31일로 조정했다. 어떤 식으로든 연내 마무리가 어렵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온다.

◆핵심은 '노선 독과점'

'연내 통합' 물건너간 대한항공-아시아나…美·中·日에 운명 달렸다
종전까지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가 항변' 제도를 적용받아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피인수 기업이 회생 불가 상태일 때 경쟁당국이 독과점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M&A를 승인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적용 요건이 까다롭고, 자칫 '특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와 경쟁법 전문가의 공통된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1999년 회생 불가 항변을 적용해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현재의 기아) 인수를 허용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경쟁당국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과점을 자초했다"는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다시 이런 예외 조항을 꺼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노선 독과점' 문제를 중심으로 이번 M&A의 경쟁제한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총 143개 국제노선 가운데 양사 통합 시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한다. 일례로 인천에서 출발해 LA·뉴욕·시카고·바르셀로나·시드니·팔라우·프놈펜을 향하는 7개 노선의 경우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하게 되는 등 독과점 우려가 크다.

일각에선 경쟁당국이 '노선'이 아닌 '슬롯(slot)'의 점유율 변화를 중심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슬롯은 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이다. 다시 말해 슬롯은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를 위해 되도록 많은 슬롯을 확보하고자 한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5%에 불과해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해외 다른 공항에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이 독과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슬롯 점유율이 비교적 낮은 경우에도 노선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초 발간한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이 밝힌 슬롯 점유율 38.5%에 대해 "이는 인천발 국제선 여객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항공사의 슬롯 점유율"이라며 "개별 노선의 슬롯 점유율을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정 개별 노선들의 독과점 논란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M&A 승인 조건은 독과점 노선 매각?

(인천공항=뉴스1) 김명섭 기자 = 대한항공 화물기가 착륙하고 있다. 2021.8.18/뉴스1
(인천공항=뉴스1) 김명섭 기자 = 대한항공 화물기가 착륙하고 있다. 2021.8.18/뉴스1
업계는 공정위가 이번 M&A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는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인 만큼 현실적으로 '전면 불허' 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국내 항공산업 발전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려서다. 다만 공정위 입장에선 아무런 조건 없이 승인할 경우 소비자 후생 저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추진한다면 독과점이 발생하는 노선이나 슬롯의 사업권 매각 등을 명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시정명령을 내릴 경우 공정위는 실제로 해당 사업권을 넘겨 받아 경쟁제한성을 완화할 수 있는 항공사가 있는지 여부까지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이는 한국 뿐 아니라 항공 노선이 연결된 상대국에까지 해당되는 문제"라며 "한국에 노선 사업권을 넘겨 받을 '적절한 사업자'가 있더라도 상대국에는 없다면 사실상 무의미한 시정명령이 될 수 있어 양국 경쟁당국 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가 대한항공이 일정 기간 동안 항공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요금 인상을 최소화할 것을 명령할 가능성도 있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같은 차원에서 대한항공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지 않도록 시정명령을 함께 부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항공그룹', 연내 탄생 물 건너간다


(인천=뉴스1) 안은나 기자 = 8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5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 청약률이 104.85%를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2021.3.8/뉴스1
(인천=뉴스1) 안은나 기자 = 8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5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 청약률이 104.85%를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2021.3.8/뉴스1
대한항공 (30,400원 상승150 -0.5%)아시아나항공 (23,150원 상승700 -2.9%)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해외 경쟁당국과의 의견 조율, 중복 항공노선 매각을 위한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등 선결 과제가 적지 않아서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연내 처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설령 우리나라 공정위가 올해 중 기업결합을 승인해도 미국, 중국, 유럽 등 다른 지역 경쟁당국의 승인까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제 인수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공정위, 해외 경쟁당국에 국토부와도 협의해야

30일 공정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전원회의 심의까지는 수 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입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딜레마다. 합병 후 높은 점유율에 따른 소비자들의 독과점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부실 항공사 회생과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 차원의 정무적 판단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통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EU(유럽연합)·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기업결합 승인을 내줘야 인수가 가능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은 국제선 기준으로 △미주 6개 △유럽 6개 △중국 17개 △일본 12개 △동남아·동북아 24개 △대양주 1개 △인도 1개 등 모두 67개에 달한다.

공정위와 주요국 경쟁당국은 두 회사의 M&A에 따른 해외노선 독과점 문제를 막기 위해 상호 협의 중이다. 공정위는 "두 나라를 오가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외국과 협의를 통해 국가 간 조치 시점과 조치 내용의 차이점,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독과점 노선 매각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항공 노선 폐지는 항공사업법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소관 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경쟁 OS 진입 및 신규기기 개발 막은 구글에 2074억원(잠정) 과징금 부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변형 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의 시장 진입을 방해햔 구글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1.9.14/뉴스1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경쟁 OS 진입 및 신규기기 개발 막은 구글에 2074억원(잠정) 과징금 부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변형 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의 시장 진입을 방해햔 구글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1.9.14/뉴스1
◆"연내 완료하겠다" 했는데 실제론...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외부 연구기관에 맡겼다. 이달 말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오면 기업결합에 대한 승인 여부나 승인시 시정조치에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경쟁제한성을 가늠하는 연구용역의 경제분석을 토대로 경쟁제한성이 높은 노선에 대한 매각 등 구조적 조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통상 공정위의 사건 처리 절차를 보면 이달 말 보고서 도출 이후에도 전원회의 심의까지 최소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잠정적인 기업결합 승인 여부와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피심인 측에 발송하면 피심인 측에겐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간이 3주 간 주어진다. 피심인이 제출 시한 연장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후 피심인 측 의견을 받으면 공정위는 전원회의 개최 날짜 10일 전에 일정을 피심인 측에 통보하게 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결합은 항공산업의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조치이므로 경쟁당국이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결론을 내려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쳐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연내에는 심의를 완료하도록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게 공정위 안팎의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 십개에 달하는 항공 여객노선을 포함해 양사간 중첩사업이 많고, 심사에 필요한 자료가 방대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결합에 대한 각국 경쟁당국들의 구체적인 조치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더라도 기업결합에 대한 미국 법무부(DOJ), EU 집행위원회 해외 경쟁당국들의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심사 조치를 위한 권한 등도 주무부처가 갖고 있어 협의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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