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쳐다만 봐도 몰카 '찰칵'…'스마트 글라스' 9년 전엔 왜 실패했나

스마트 글라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이어 차세대 폼팩터로 '스마트 글라스'를 점찍었다. 9년전 구글의 첫 스마트 글라스는 실패했지만 페이스북이 최근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샤오미, 애플, 삼성전자 등이 개발에 나서면서 대중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다만 스마트 글라스를 악용한 도촬 등으로 사생활 침해가 우려돼 성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스북·샤오미 스마트 글라스 첫발…비대면 확대로 가파른 성장 전망9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달 선글라스 레이밴의 제조사 룩소티카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 글라스 '레이밴 스토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착용하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바로 페이스북 계정에 올릴 수 있고, 음악재생이나 인공지능(AI) 비서도 사용 가능하다. 마이크를 이용해 전화통화도 할 수 있다. 가격은 299달러(약 35만5000원)부터다.

레이밴 스토리는 구글, 애플 등이 개발 경쟁을 벌이는 증강현실(AR) 글라스의 기능은 구현하지 못했지만, 대중성이 가장 뛰어난 스마트 글라스로 평가 받는다.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이 제품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유리한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샤오미도 지난달 유튜브를 통해 자사가 개발 중인 스마트 글라스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일반 안경과 유사한 이 제품은 무게가 51g에 불과하다.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의 알림을 표시하고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전면에 카메라도 있다.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보여주거나 길을 안내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삼성전자도 스마트 글라스 '삼성 AR 글라스 라이트'를 개발 중이다. 착용하면 눈앞에 거대한 영화관이 펼쳐지고, 화상 통화를 하거나 홀로그램(입체)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5월 인수한 '넥스트VR'과 함께 내년에 고글 형태의 스마트 글라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마존 역시 스마트 글라스인 '에코 프레임'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정보기슬(IT) 기업들이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돼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9년 20만대 수준이던 스마트 글라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24년 411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와 화상회의 시장이 커지자, 스마트 글라스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아진 분위기다.


스마트 글라스는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가상·증강 현실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5G 기반 초고속 네트워크망까지 활성화돼 가상현실(VR)·AR기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도 스마트 글라스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페이스북의 '레이밴 스토리'

사생활 침해 논란에 사라진 '구글 글라스'…"자체 방어 기능 탑재해 개발해야"스마트 글라스의 원조는 '구글 글라스'다. 구글은 2012년 첫 제품을 출시했지만 3년만에 개발을 중단했다. 쓰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데다 1500달러의 가격이 버거웠다는 평가다. 특히 사진·영상 촬영에 따른 사생활 침해 논란이 개발 중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용자가 대상을 보기만 해도 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은 사회적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감안해 페이스북은 레이밴 스토리로 사진, 동영상 촬영 시 LED을 통해 표시등이 나오도록 설계해 상대방이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스마트 글라스가 일반 안경과 구분이 쉽지 않아 LED 표시등만으로 카메라로 찍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안나 스턴 기자는 "레이밴 스토리를 착용하고 20명의 사람을 동영상 촬영했는데, 현재 녹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너도 나도 스마트 글라스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는 커질 것"이라며 "업체들은 이 같은 범죄 악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