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위대한 언어학자"…7개국 유학생이 본 '한글'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유학하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의 라모스 헨데즈씨 /사진제공=KDI국제정책대학원

콜롬비아 대통령 산하 국제협력기관인 'APC 콜롬비아'에서 근무하던 라모스 헨데즈씨는 지난해부터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 등 아시아의 언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처음 방문한 곳은 의외였다.


그는 "한글은 글자 모양과 글자 수가 단순해서 훨씬 쓰기 쉽다고 생각했고, 관심이 생겨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방문한 첫 번째 장소가 국립한글박물관"이라며 "글자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 해답이 백성들을 위한 '훈민정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헨데즈씨는 영어로 '세종대왕'(King Sejong), '훈민정음'(Hunminjeongeum) 등의 단어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은 정말 위대한 언어학자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들에게서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이야기를 듣는 건 새로운 일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번 인터뷰는 세종시에 위치한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7명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KDI국제정책대학원은 개발정책 석사과정 등을 운영한다. 유학생 상당수는 각국의 공무원이거나 공공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인터뷰는 코로나19(COVID-19) 상황을 고려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인터뷰에는 헨데즈씨를 비롯해 인도 정부의 농촌개발부 등에서 근무한 니시타 벤굴레카르씨,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중남미 지역 담당자로 근무한 멕시코의 아나 카렌 마르티네즈씨, 스리랑카 투자진흥청 소속인 가야트리 코디카라씨, 잠비아 정책분석연구소 출신인 출루 멘사씨, 카자흐스탄 공무원청 공무원인 아르닥 코즈하타예바씨, 에콰도르 씽크탱크 출신인 자나이나 빌라시스씨가 응했다.


-각국에서 한국어와 한글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나.

▶(마르테네즈·멕시코)한글은 멕시코와 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인기 있는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제가 살던 곳의 많은 대학과 학원들에서 한국어 강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류와 늘어난 한국기업의 영향으로 보인다.

▶(코디카라·스리랑카)스리랑카에서 2010년부터 K드라마를 전국적으로 방영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한글을 가르치는 많은 수업이 생겼다. 적어도 젊은 세대에서 한글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멘사·잠비아)잠비아에서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글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드라마,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글을 배우고 싶어한다.

▶(빌라시스·에콰도르)제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주위에선 "왜 쓸데 없는 언어를 배우냐"고 했다.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제가 한국말을 하는 것에 부러워하는 분위기다.

-한글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벤굴레카르·인도)지금 한글을 배우고 있다. 문장의 구조가 힌디어나 인도의 다른 토착 언어와 비슷해 영어보다 배우기 쉽다. 그러나 발음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멘사·잠비아)서울의 집중 어학 프로그램에서 공부하며 한글을 배웠다.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것에 동의한다. 어학원에 등록하기 전부터 한글을 읽는 법을 독학하기도 했는데 모양새가 단순해서 배우기가 쉬웠다.

▶(코즈하타예바·카자흐스탄)KDI대학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른 언어들에 비해 쉽게 배울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4개 국어를 구사함에도 여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류의 분위기는 어떤가.

▶(벤굴레카르·인도)인도인들에게 K드라마의 세계를 열어준 것은 '사랑의 불시착'이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신선하고 독특하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가 호기심을 유발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 같다.

▶(마르테네즈·멕시코)'오징어게임'과 '기생충'을 좋아한다. 잔인하고 이기적인 사회와 경제 시스템 속에서 깊이 있는 인간들의 문제를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BTS의 경우에는 거대한 사회문화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코디카라·스리랑카)거의 모든 사람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빠져 있다. K드라마는 한국 안의 숨겨진 장소들까지 홍보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보인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확실히 세계에서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멘사·잠비아)영화, 음악, 패션 등 한국 문화가 노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을 즐겨 접한다. 한국의 패션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심플하고 귀엽고 세련되고 시크하다.

▶(코즈하타예바·카자흐스탄)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많은 재능이 있고, 열심히 일하며, 혁신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

▶(헨데즈·콜롬비아)개인적으로는 한국드라마의 엄청난 팬은 아니다. TV를 그렇게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가 음악과 영화의 엄청난 성공을 넘어설 것이라고 믿는다.

▶(빌라시스·에콰도르)한국은 스스로 홍보를 해낼 방법을 찾았다. 우리 모두를 연결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나라를 홍보하는 열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