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수천만원 달렸는데...1주택 양도세 '12억 비과세' 언제되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서울 중구 남산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제공=뉴스1

지난 8월 초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12억원 상향 입법안이 2개월째 표류하면서 아파트 매매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법 통과 전후 세금이 수천만원 차이나는 만큼 매도를 미루거나 기존 계약자들도 양도세 부과 시점인 잔금 납부와 등기일을 최대한 늦추는 분위기다.

실거래 등록됐는데 새 집주인 등기 미루는 이유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8~9월 실거래 계약이 체결된 매매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매물의 등기와 잔금납부가 지연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12억원에 실거래 등록된 구로구 항동지구 A단지 전용 84㎡ 매물은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되지 않았다. 또 강서, 관악, 마포 등 시내 아파트는 물론 광명, 일산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실거래가 9억이 넘은 가격에 등록된 아파트 중 아직 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매물이 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 일부 매도자들은 "매수자에 잔금 납부와 등기일을 최대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 12억원 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 적용 시점에 따라 양도세가 수천만원씩 차이나기 때문에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등기를 미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도세는 잔금 납부일이나 등기일 중 빠른 날짜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반면 실거래 등록은 계약 후 1개월 이내 해야 한다. 일단 계약 대금을 치렀지만 절세 목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상호 합의해서 잔금 납부와 등기 시점을 조정한 것이다.

5년 보유·실거주 아파트 양도세 부담 수 천만원 줄어…법 개정 이후로 매도 늦추는 분위기도

실제로 법개정을 통해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적용받으면 세부담이 한층 줄어든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0억원에 취득한 아파트를 5년 보유, 5년 거주한 1주택자가 20억원에 처분한 경우 현행 9억원 비과세 기준으로는 1억1616만원의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12억원 비과세 기준을 적용하면 납부세액이 7793만5000원으로 3822만5000원 줄어든다.

5년 전 8억원에 취득해 5년 거주한 뒤 16억원에 판 경우엔 납부세액이 6539만5000원에서 943만8000원으로 5595만7000원 감소한다.

양도세를 아낀 금액이 새로 산 주택의 취득세와 비슷할 수준이어서 실거주 목적의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이런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우 팀장은 "세법상 잔금처리 기간에 제한은 없지만 아주 조금만 남겨놓은 것은 고의적으로 판단하고 비과세 처리 시 부인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법 개정 전까지 매도를 늦추면서 매물이 감소하는 현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업체 아실(asil)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140건으로 3개월 전보다 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아파트 매물도 6만5120건에서 6만4355건으로 1.2% 줄었다.

시장에선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의 연내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법 개정에 신중했던 정부도 좀 더 유연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양도세 기준 상향을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달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양도세 관련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법 시행에 따른 긍정, 부정 효과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위원실은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의 긍정적 요인으로 "2008년 이후 발생한 주택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세부담 증가를 완화하고, 주택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거래 활성화와 매물잠김 현상을 해소하는 데 일부 기여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1주택자가 기존주택 매도 후 대체주택 매수 시 공급증가 효과가 제한되며, 거래가격이 12억원으로 상향되는 키맞추기 현상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는 부정적 요인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