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에 "그만 내려오시죠" 했던 김재원…"슬프고 슬프다" 애도

/사진=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혈액암으로 별세한 가운데, 그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일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너무 슬프고 너무나 슬프다"고 애도했다. 김 최고위원은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완구는 나에게 추억의 남자"라며 일화를 적었다.

박근혜정부이던 2014년 5월, 이완구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김 최고위원은 원내수석이 됐다.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였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우윤근 전 의원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전 총리에 대해 "자신에게 불화살을 쏘아대는 정치적 반대자에게 가슴을 열어젖히고 웃어주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완구, 우윤근 시절은 정치가 작동했다"며 "그 이완구 옆에서 비로소 나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성완종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다. 고(故)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정치자금을 건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있고 거기에 이 전 총리도 있다는 거였다.

그해 4월 20일 늦은 저녁, 김재원 원내수석은 남미 순방중이던 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의 사표를 받아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몰린 이완구에게 그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김재원 밖에 없다"는 배경에서다. 여당 원내수석은 대개 청와대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특히 김 최고위원은 '친박' 그룹에서도 전략가로 통했다.


김 수석은 자정 무렵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도착했다. 불이 꺼져 있었다. 그는 2층 침실로 올라가 잠들어 있는 총리 부부를 깨웠다고 한다.

"총리님, 이제 그만 내려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온 세상이 달려들어 총리님을 불판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굽고 있습니다." (김재원)

"그게 좋겠어요. 대통령이 순방중이어서 망설였는데 연락은 되었나요." (이완구)

"예." (김재원)

이 전 총리는 4월27일 물러났다. 그의 후임 총리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내가 공천에 탈락했을 때, 이완구는 무척 분개했다"며 "그러면서도 '심장을 물어뜯긴 사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해 세상으로 돌아온다'며 내 손을 꼭 쥐었다"고 기억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 추억의 남자 이완구가 몇 일 전부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나 버렸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대법원까지 간 성완종리스트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고인의 발인은 16일, 장지는 충남 청양 비봉면 양사리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