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그 후 [광화문]

머니투데이
  • 진상현 산업1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1.10.20 03:05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2021년 대한민국 산업계를 설명하는 말 중 하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예상을 뛰어는 호실적으로 저력을 보였다. 화학, 전자, 철강, 해운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에서 역대급 실적 발표가 잇따랐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LG화학, LG전자, HMM 등도 조단위 분기 이익을 시현중이다.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는 3분기에 창사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3조원을 넘어섰다. 반도체·IT 중심의 비대면 시장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다 화학·철강·해운 등의 경기사이클 회복이 맞물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톱티어' 수준에 올라 있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가 견인차 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성공적인 한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탄소중립 여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는 산업 대변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삐끗하면 낙오한다.

믿을 언덕이 돼줘야 할 정부의 일방통행식 속도전은 기업들의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탄소중립위원회가 18일 의결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18년 대비 40%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감축한다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 대해 재계는 "산업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짊어진 걱정거리는 또 있다. 내년 1월22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위험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위반해 사망 또는 중대재해에 이르게 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한 것이 골자다. 사업주 등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 노력을 배가시킨다는 취지다.

좋은 취지지만 각종 우려가 쏟아진다. 산업 재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이 CEO나 최고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막기 위해 적극 방어에 나서면서 근로자가 산재 보상을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영인들이 각종 송사에 휘말려 경영 공백이 생기고, 우수한 경영인들이 산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떠 넘길 수 있는 이른바 '바지 사장'을 선임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오너 경영자가 많은 작은 기업들일수록 경영진 공백이 회사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법 시행 3개월여를 앞두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문 수요로 로펌들이 '중대재해법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이 법의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마지막 허들까지 사라졌다. 재계의 우려에 공감하는 일부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일단 시행을 해본 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다. 이 법의 취지대로 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여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법과 기업, 경영진, 시스템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다. 현장 근로자 스스로의 안전 의식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다놔도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현장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 부터, 해외 국가들의 사례처럼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근로자들에 대한 제제 강화까지 모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 언론사가 최근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관계자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5%가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감소에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방아쇠는 당겨졌다. 근로자가 행복하고, 대한민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살아남는 길은 실제로 산업재해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들이 관련 조직과 시스템을 보강하는데 만전을 기하는 만큼이나 근로자 스스로의 경각심과 실천이 중요하다. 내년 이맘 때쯤엔 중대재해처벌법이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산업 재해를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그 후 [광화문]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단독평균 13억 이상 자산가 '영리치'가 픽한 종목은?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2022 대선 후보 통합 지지율 지표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