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돈버는 소리에 시장서 나오는 말…"7만전자도 불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본사를 찾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ASML 관계자 2명. /사진제공=삼성전자

"당분간 TSMC의 웃음소리가 삼성전자 곡소리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황 전망이 엇갈리면서 시장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얼핏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들어 TSMC의 주력 시장인 파운드리의 호황이 삼성전자의 최대 돈줄인 메모리 시장의 침체를 부채질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연결고리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통신칩 같은 시스템반도체 부족으로 휴대폰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불똥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튀기 시작했다. 휴대폰 생산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다.



애플이 올해 말까지 생산할 예정이었던 아이폰13 물량을 9000만대에서 8000만대로 1000만대가량 감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PC용 DDR4 8Gb 기준으로 올 4월 5달러를 넘어선 D램 현물가격이 이달 19일 3달러50센트까지 떨어진 데 주목한다. 애플의 감산으로 모바일용 D램 수요가 줄면 D램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나온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기업들이 대량으로 D램을 거래할 때 책정하는 고정거래가격이 올 4분기 3~8%, 내년에는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생산하는 D램에서 모바일용 제품 비중은 30% 수준으로 알려진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스마트폰 생산 차질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다. D램 가격 불안이 삼성전자의 주가 우려로 이어지는 대목도 여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가운데 10%가량이 애플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이 본격화한 것은 올초부터다.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조짐을 보였던 시스템반도체 품귀 현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공급부족이 가전용 반도체, 모바일용 통신·AP칩으로 확대됐다.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는 이런 수급을 발판으로 꿈의 이익률로 불리는 40%를 넘어 올 3분기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했다. TSMC는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을 이유로 지난 8월 공급가격을 최대 20% 인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TSMC가 수익성과 함께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린 데도 주목한다. TSMC는 반기 기준으로 올 상반기 최대 매출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감산은 TSMC에도 실적 리스크로 작용하지만 TSMC는 공급부족이 여전한 다른 제품으로 메꿀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와의 차이"라며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더라도 외부여건은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