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이찬우가 금감원 부원장 택한 3가지 이유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사진=뉴스1

기획재정부 최장수 차관보였던 이찬우 경남 경제혁신추진위원장이 금융감독권 수석부원장으로 상경한다. 기재부의 핵심 보직을 거친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몸을 낮춰 금감원 부원장 자리를 받아들이면서 정부와 긴밀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4명의 부원장 중 수석부원장과 은행·중소 서민금융 담당 부원장,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 등 3명을 교체할 예정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22일이 유력하다.


수석부원장 자리에는 이 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6년생인 이 위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행정대학원과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행정고시 31회로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친 정책통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2월 차관보로 승진한 뒤 2년10개월을 재직했다.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 출범한 기재부에서 차관보를 가장 오래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경제정책 기초를 설계했다. 청년일자리·자영업자 대책,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크고 작은 실행 프로그램의 그의 손끝을 거쳤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이 차관급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2018년말 차관급 인사에서 이호승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되면서 용퇴를 결정했다. 이 정책실장은 이 위원장의 행시 1년 후배다.

당시 관가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인사에 작용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사직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았다. 이 위원장은 차관보에서 물러난 뒤 다른 직책 없이 야인으로 돌아갔다. 역대 기재부 차관보가 곧장 야인이 된 경우는 드물다.

이 위원장은 차관보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뒤에 KDI(한국개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 5월 경남의 경제사령탑인 경제혁신추진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제혁신추진위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신설한 도지사 직속위원회다. 비슷한 시기 형인 이용우 카카오은행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취임한 뒤 첫 임원인사에서 이 위원장을 수석부원장으로 불러들였다. 행시 28기인 정 원장은 기재부 재직시절 이 위원장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취임 초기부터 이 위원장을 수석부원장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이 위원장은 가계부채는 금융현안에 대해 기재부, 금융위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에는 김종민 기획·경영 부원장보가,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에는 김동회 금융투자 부원장보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근익 현 수석부원장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