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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240조 '파바로티'…이건희 떠나자 독해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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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 오문영 기자
  •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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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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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건희 별세 1주기, 삼성의 미래

[편집자주] 오는 25일 삼성은 이건희 회장 별세 1주기를 맞는다. 지난 1년 삼성은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유례 없는 변화를 준비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역사적 변곡점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새로운 삼성의 과제와 전략을 짚어본다.


"과거 성공 잊어라" 삼성이 독해졌다, 1년만에


이재용의 240조 '파바로티'…이건희 떠나자 독해진 삼성
삼성이 달라졌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리던 때 반듯한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성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스스로 "공격적인 투자가 사실상의 '생존전략'"(지난 8월24일 240조원 투자 발표 당시)이라고 밝힐 정도다. 오는 25일 맞는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1주기, 바꿔 말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년이 만들어낸 변화다.

최근 두차례의 굵직한 발표가 특히 그랬다. 삼성전자가 이달 7일 파운드리 포럼에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시스템반도체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기고 2025년부터 2㎚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로드맵대로라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업계 1위의 경쟁사 대만 TSMC를 기술 면에서 한발 앞서게 된다. 그동안 TSMC에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렇다할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사실상 '선전포고'한 셈이다.

이재용의 240조 '파바로티'…이건희 떠나자 독해진 삼성

◇공격적 선전포고…"결 다르다" = 이보다 앞서 지난 8월24일 발표한 240조원 투자 계획을 두고도 삼성의 변화가 드러난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2018년 이후 3년만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라는 틀은 비슷하지만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 외에 "국내외 비상상황", "국가안보산업으로 급부상", "패권경쟁 가열" 등 가감없는 부연설명을 놓고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3년 전엔 위기상황을 이렇게까지 여과없이 세세하게 드러낸 표현이 없었다는 얘기다. 2018년 투자 계획이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는 타이틀로 발표된 데 비해 이번 발표는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라는 이름이었던 점도 눈길을 끈다.

업계 한 인사는 "위기론이 이건희 회장의 트레이드마크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삼성의 태도는 구체적인 진단과 목표를 공격적으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이 회장이 2014년 쓰러진 뒤 이어졌던 분위기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재용의 240조 '파바로티'…이건희 떠나자 독해진 삼성

◇위기감 고조…내부 혁신도 박차 =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재구속 수감과 가석방을 거치면서 삼성이 체감한 유례 없는 위기감이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주의 심화, 경쟁사의 비약적인 성장세,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시장 변화 등 외부 여건이 이런 다급함을 부채질했다는 해석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안주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성과 미흡, 비대해진 조직의 시장 대응 속도 저하 등이 숙제라는 진단도 고개를 든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그룹 핵심 계열사가 보스턴컨설팅에 용역을 맡긴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다.

삼성 안팎에서는 올 연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컨설팅 결과와 맞물려 고강도 지배구조·조직개편안과 임원인사가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2017년 2월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을 대체할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맞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맞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과거 성공 잊어라"…제2의 성장통 =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7일 '삼성 최첨단 반도체 패권을 노리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삼성이 경험한 적 없는 역사적 변곡점에 들어섰다"며 "앞으로 1~2년의 행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사업적으로 하드웨어 우선주의를 지켜온 삼성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애플의 서비스 사업모델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이 삼성페이와 삼성헬스를 넘어 반도체 부문에서도 차세대 메모리 플랫폼(CXL)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 솔루션을 공개하는 등 종합 솔루션업체로 한걸음을 내딛은 것과도 맞물린다. 사업 자체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서도 상당한 성장통을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인사는 "이코노미스트가 이 부회장에게 그동안 내비쳤던 신중함보다 좀더 거침없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은 이미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글로벌 IT산업을 주름잡았던 일본 소니의 4대 수장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은 "소니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과거의 성공을 잊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며 "삼성이 앞으로 경험할 어려움은 어떻게 반도체, 휴대폰 등 과거의 성공을 잊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부회장도 지난해 신년 메시지로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향은 정해졌다"...삼성 앞으로 10년, 승부수는 '파바로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4일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4일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년 만에 복귀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했던 말이다. 이후 삼성은 발빠르게 갤럭시 스마트폰을 출시해 '아이폰 위기'를 극복하고 반도체 초격차를 실현했다.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은 삼성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COVID-19)라는 전례없는 유행병에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해져 글로벌 경제의 혼란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신규 공장 설립이나 전략적 M&A(인수합병) 등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과제는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년 안에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 경고한다.

다행인 건 방향은 정해졌다는 점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11일만인 지난 8월24일 대규모 투자 계획과 미래 로드맵을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2018년 세웠던 18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이 지난해 마무리된 이후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 이어졌다"며 "새로운 로드맵 발표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되고 침체됐던 분위기는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이 던진 새로운 승부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바이오, 로봇 등 IT 신기술과 차세대 통신이다. 삼성이 향후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한 전략사업이다.

파운드리사업은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를 꾀하는 핵심축이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미국·유럽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를 추격하기보다 메모리 공정에서 쌓은 기술력을 발판으로 파운드리 시장부터 접수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3%이다. 대만 TSMC(52.9%)에 이어 시장 2위다.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선 선단공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이달 초 파운드리 포럼에서 발표한대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시스템반도체 양산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앞당기는 데 성공할 경우 사실상 처음으로 TSMC를 한발 앞서게 된다. TSMC는 3㎚ 양산 시점을 이르면 내년 7월로 계획 중이다.

시장에서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신규 공장 설립 역시 빠른 시일 안에 결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반년 가까이 부지 선정을 두고 장고를 이어왔지만 이 부회장은 다음달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결단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018년에 이어 올 8월 발표에서도 등장한 바이오 부문은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초 송도에 1조7400억원을 투자해 4공장을 짓겠다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5·6공장을 잇따라 건설, 바이오 부문의 '초격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바이오 주권 시대'에 대응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로봇과 AI(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 미래 신기술 분야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IT기업과 가장 격렬하게 맞붙을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과거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 로봇 연구를 진행하다 올 2월 소비자가전(CE) 부문에 로봇사업화 전담팀(TF)을 신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의 전략적 M&A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가 미래 신기술 분야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3년 안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5G(5세대 이동통신)·전장사업과 함께 AI 분야를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4조37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통신 시장에서 5G 리더십을 바탕으로 6G에서도 선행 기술 연구를 주도할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 8월 투자계획을 밝히며 "통신망 고도화·지능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를 진행하고 차세대 네트워크 강자로 성장하기 위한 신사업 영역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법경영위한 몸부림…지난 1년 삼성전자가 부딪힌 난제


이재용의 240조 '파바로티'…이건희 떠나자 독해진 삼성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이재용 부회장이 이끈 삼성의 1년은 준법경영을 뿌리내리기 위한 몸부림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무노조경영을 폐기한 이후 올해 8월엔 창사 52년만에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준법감시를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준법경영을 경영원칙으로 한 새로운 삼성의 탄생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임원들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 1년 중 반년 이상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하며 총수 부재 우려가 한풀 꺾이는 듯 보였지만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 여전히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의 사법리스크가 사업의 주요 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속에서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목표를 밝힌 만큼 과감하고도 빠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6년 글로벌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 인수 이후 멈춰버린 M&A(인수합병), 외부 인재 영입 등도 과제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2016년말부터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에 이어 또 다른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면 경영활동 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의 240조 '파바로티'…이건희 떠나자 독해진 삼성

조만간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본격 복귀하면 삼성전자도 내부를 견고하게 할 컨트롤 타워를 다시 세울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는 2017년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팀 △삼성물산 경쟁력강화팀 등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왔다.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 간 구심점이 실종됐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때문에 업계는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새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기존의 미래전략실과는 확실한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컨트롤 타워는 준법경영을 바탕으로 제도적인 기반을 확실히 하고 신사업 발굴 등 경영 상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주사 개편도 논의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삼성그룹의 경우 여러 사업간 시너지내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면 준법경영과 사업 효율성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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